▶오악사카 저널(올리버 색스 지음, 김승욱 옮김/알마)=신경과학자 올리버 색스의 멕시코 식물탐사여행일기다. 어린 시절부터 양치류에 매혹된 올리버 색스는 오악사카에서 열흘 동안 계곡을 오르고 개울을 뛰어넘고 나무를 타며 700여종의 양치류 중 4분의 1 이상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요일별로 실시간 기록한 일기는 실시간 이야기를 정리하는 형식으로 마치 여행의 현장에 와 있는 실감을 준다. 양치류에 색스가 매료된 것은 원시성ㆍ생명력ㆍ적응력이었다. 3억5000만년 전 뭍으로 올라온 이 식물은 단단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번성해 전 지구를 뒤덮었다. 양치류 숲은 화석으로 석탄을 우리에게 남겼다. 이렇다 할 변화 없이 10억년의 3분의 1 기간을 지구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양치류의 모습과 특징을 시적으로 그려냈다.
▶나노베이션(케빈 프레이버그 외 지음, 신현승 옮김/세종서적)=80여개국에 약 100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한 해 총 수익이 710억달러에 달하는 대기업 총수가 빈곤층에서 막 벗어난 사람들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싼 자동차를 개발했다. 전문가들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홍수와 정치적인 저항으로 공장 부지를 두 번이나 이전하고 원자재 값이 40%나 폭등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타타그룹 회장 라탄 타타 이야기다. 그가 차를 만들기로 한 것은 어느 비 오는 날 저녁 일가족이 스쿠터에 매달리듯 타고 가다 빗길에서 사고를 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뒤다. 나노 개발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차 가격은 고작 스쿠터 한 대 가격이다. 사회적 책임을 지닌 기업의 위대한 도전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처음 읽는 일본사(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휴머니스트)=일본사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역사적 사건을 생생하게 재구성하고 인물에 얽힌 일화를 배치해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듯 꾸렸다. 특히 그동안 ‘모방에 능한 나라’라는 부정적 인식을 넘어 일본 문화의 창조적 능력을 읽어내고, 일본 시민사회와 시민운동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노력을 일깨우는 등 균형적인 시각이 돋보인다. 이는 역사교사모임이 역사 교과서 왜곡, 독도 영유권 문제 등 국가 중심적 역사 인식을 넘어 일본 시민사회에 주목, 일본 교사들과 오랫동안 교류해온 결과다. 제국주의적 사상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파괴적이고 반인류적 행태에 대한 반성적 시각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