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라는 3700년여 전 통용되던 옛 법이 여전히 유효하다.
이처럼 피해자가 당한 만큼 처벌하는 ‘동해보복법’은 현대 인류사에서 가장 오래된 현존 법전인 함무라비 법전에 남아 있다. 함무라비 왕이 통치하던 고대 바빌로니아는 기원전 1700년경 사우디 인근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평정한 왕국이다.
사우디 법정은 10년 전 친구에게 폭력을 가해 신체 하반신을 마비시킨 청년에게 동일한 피해를 입히는 형벌로 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사우디 현지 영문 일간지인 사우디가제트가 지난달 30일 관련 판결 내용과 이같은 형벌을 선고받은 남성의 어머니 인터뷰를 보도하면서 국제사회에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알 아흐사에 살던 알리 알 카와히르는 10년 전 14살 때 동년배를 등 뒤에서 흉기로 찔렀다.
이 일로 피해자는 척추를 다쳐 신체가 마비됐다. 가해자인 카와히르는 10년째 수감 중이다.
피해자는 카와히르에게 피해 배상액으로 100만 리얄(한화 3억원 상당)을 청구했다.
이 지역 법원은 그에게 그 금액의 지급을 명하면서 조건을 걸었다. 그 금액을 지급하지 못하면 하반신 마비형을 대신 받게 된다는 것이다.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I)는 이러한 처벌은 국제법상 금지되는 ‘고문’에 해당한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앤 해리슨 AI 중동ㆍ북아프리카 지부 부국장은 “사우디에서 태형이 가끔 선고되긴 하지만 마비형이 집행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랍다”며 “사우디 정부가 이런 끔찍한 형벌을 형법에서 삭제하고 국제법을 존중할 때”라고 말했다.
AI는 사우디 법에 태형이나 절단형뿐 아니라 안구ㆍ치아 적출형도 인정되고 있다며 “어떠한 형태의 신체형도 국제법상 고문 금지에 어긋난다고 유엔 특별보고관도 지적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에서는 2010년에도 마비형이 선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로 집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AI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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