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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해외로 간 제조업 유턴시킬 방법 없나
1/4분기가 지났지만 주요 대기업들의 올해 투자 계획 윤곽은 여전히 흐릿하다. 예년 같으면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 규모는 해가 바뀌기 무섭게 앞다퉈 내놓았다. 그런데 올해는 LG와 SK 등 몇 손가락 꼽을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과 현대자동차 역시 투자 청사진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아직 없다. 통상 정권교체기에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가늠해보느라 신규 투자에 신중을 기하게 마련이나 이번에는 정도가 심하다.

투자를 할 만한 여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금고에는 현금이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차고 넘친다. 삼성 현대차 등 10대 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123조70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무려 11조원이 많은 사상 최대 규모다. 그러나 막상 이 돈을 쓸 데가 마땅치 않아 일단 금고에 쟁여놓은 것이다. 현금성자산은 운영자금 등 다양하게 쓰이지만 새로운 투자를 위한 예비자금 성격이 강하다. 기업들이 투자할 의지가 아직은 없다는 의미인 셈이다.

물론 기업들도 고민이 많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풀리지 않고 있는 데다 새 정부 출범이 늦어져 경제 밑그림이 아직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투자에 나설 수는 없는 것이다. 기업이 투자를 주저하는 데는 이런 표면적인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 정부 정책이 중소기업에 집중되는 판에 공격적 투자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생각도 있다. 지난 대선을 뜨겁게 달구었던 경제민주화 바람도 한 요인이다.

그렇다고 기업이 움직일 때까지 마냥 팔짱만 끼고 있을 수는 없다. 정부가 기업의 투자를 끌어내는 데 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4일 30대 그룹 기조실장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투자 권유 행보에 나섰지만 적당히 말로 어르고 달래는 정도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마음 놓고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세제와 재정 지원 등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는 게 우선이다.

무엇보다 외국으로 나간 생산 설비를 국내로 되돌리는 방법을 이제는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국내투자의 4배가 넘는 해외투자를 끌어오자는 것이다. 기업 설비의 국내 유턴은 두말할 나위 없이 ‘일자리와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최고 지름길이다. 각종 규제를 대폭 풀고 지원 방안을 마련해 외국과 경쟁도 불사해야 한다. 최근 미국의 자동차 등 제조업 국내 귀환은 주목할 만하다. 기업들도 경기회복 시기만 저울질할 게 아니라 위기일수록 한발 앞선 투자로 진정한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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