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장기불황의 덫에 빠졌던 일본 경제가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출범한 아베 신조 총리의 ‘아베노믹스’가 힘을 받으면서 일본 경제가 살아나는 분위기다. 아베 정부는 금융완화, 재정지출에 이어 기업 법인세 감면까지 검토하는 등 이용 가능한 경기부양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당장 3~4일 열리는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장기 국채 매입 등 추가 양적 완화가 이뤄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들썩이는 일본 경제=내수 소비침체 속에 고용부진, 물가하락이 지속되는 전형적인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졌던 일본의 경제가 살아나는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주가가 올들어 30% 가까이 급등했고, 부진했던 백화점 매출이 느는가 하면, 거품 붕괴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부동산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기업도 신바람이 났다. 엔저 기조가 계속되면서 기업의 수출이 탄력을 받고 있고 법인세 감면도 검토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일본 정부가 산업구조 개혁을 위해 범인세 감면 검토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일반 기업은 물론 벤처나 의료 등 성장 분야의 기업에까지 감세를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런 분위기를 대변하듯 대기업 체감경기는 3분기만에 개선됐다. 지난 1일 발표된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에 따르면, 대기업 제조업의 업황판단지수(DI)가 마이너스 8을 기록해 작년 12월 조사보다 4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디플레 탈출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일본은행은 1일 발표한 생활의식조사에서 “1년 후 물가가 오를 것이다”라는 응답자는 74.2%에 달했다. 이는 2008년 9월 이래 최고 수치로, 지난해 12월 53%에서 무려 20% 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이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조사가 지난 15년간 지속된 일본의 디플레 탈출에 희망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아베노믹스 약발 지속될까=일본의 이같은 변화에는 아베 총리의 전방위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가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3개의 화살’, 즉 금융정책, 재정정책, 성장전략으로 대변되는 경제정책을 통해 취임 100일만에 일본 경제를 뒤바꿔놨다.
아베 정부는 시장에 돈을 풀어 엔저와 금리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시장에 통화량이 많아지면 대출 수요가 줄어들면서 장기 금리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이는 소비 진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같은 적극적 통화정책을 위해 아베 총리는 최근 일본은행 수장도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로 교체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3~4일 열리는 통화정책결정회의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구로다 신임 총재가 주재하는 첫 통화정책결정회의로 경기 부양 확대를 위해 장기국채 매입과 일부 위험자산 투자를 결정할지 주목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의 인위적 경기부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초반 순항하고 있지만 인위적 경기 부양이 설비투자와 임금 인상 등 경제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