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고 중 비중 24% 그쳐
키프로스 사태로 유럽에서 대규모 자본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신흥국들은 유로존 재정위기로 유로화에 대한 매력을 상실하면서 자국 외환보유고에서 유로화 비중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키프로스에 대한 구제금융 등 개혁방식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국가의 부실처리에 대한 하나의 모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예금자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럽은행에 대한 신뢰감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이 같은 불안감은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키프로스의 구제금융안은 경제위기에 처한 다른 국가들을 다루는 데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확산됐다.
룩 프리덴 룩셈부르크 재무장관 역시 “10만유로 이상의 예금자에게 헤어컷(손실)을 적용하는 키프로스 은행 정리 방식은 유럽에서 투자자들의 이탈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덴 장관은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최신호 회견에서 “이번 사태는 투자자들을 유로존 밖으로 끌어내고 있다. 우리는 투자자와 예금자들의 신뢰를 파괴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신흥국들이 앞서 지난해 외환보유고에서 유로화 비중을 크게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인용해 신흥국 중앙은행이 지난해 유로화를 450억유로 팔아치우면서 외환보유고에서 유로화 비중을 8%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유로화가 유로존 부채 위기를 겪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의 달러화에 대항해 기축통화로서 입지를 넓히려던 야심에 타격을 입은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신흥국의 외환보유고에서 유로화의 비중은 현재 24%에 불과하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