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에 대항해 기축통화 자리를 넘봤던 유로화가 체면을 구겼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흥국들이 지난해 외환 보유고에서 유로화 비중을 크게 줄였다고 1일 보도했다.
FT는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인용해 신흥국 중앙은행이 지난해 유로화를 450억유로 팔아치우면서 외환 보유고에서 유로화 비중을 8%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이는 유로화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부채 위기를 겪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의 달러화에 대항해 기축통화로서 입지를 넓히려던 야심에 타격을 입은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유로화는 현재 신흥국의 외환 보유고에서 비중이 24%에 불과하다. 이는 2002년 이래 최저 수준이고 2009년 최고치였던 31%에서 무려 7%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반면 달러화 비중은 60%를 유지하고 있다. 신흥국은 유로화를 매각한 대신 호주 달러나 다른 신흥국 통화로 갈아탔다.
이와 관련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제프리 프랑켈 교수(경제학)는 “유로는 제 2의 국제통화로 남겠지만, 달러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로존의 규모를 감안할 때 유로화가 보유 외환으로서 경쟁력이 있고 수익률 또한 다른 선진국 통화보다 낮지 않지만, 유로존 채권시장이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신뢰성 우려로 더 이상 깊거나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유럽 금융시장의 통합 정도가 최근 몇 년 간 후퇴했다”고 덧붙였다.
FT는 유로화는 유럽이 통화동맹과 단일 채권시장으로 움직인다면 다시 매력을 찾을 수 있겠지만 글로벌 경제의 큰 변화가 이머징 마켓의 통화가치를 올려놓았기 때문에 모멘텀을 상실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소재 피터슨 연구소의 수석연구원 에드윈 트루먼도 “유로 위기의 파장은 길어질 것이고 역내 성장률은 낮고 저금리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며 유로화의 자산 가치는 낮다”고 진단했다. 그러는 동안 달러화는 현재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멀티 통화 시스템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FT는 중국이 지난주 브라질과 300억 달러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도 중국이 점진적으로 인민화의 국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