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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 박도제> 여권조차 없었던 前 장관 부인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 부인 하혜숙 여사. 그 흔한 여권조차 없는 그녀는 각종 비리에 연루되며 영향력을 행사해온 장관 부인의 이미지와 완전히 달랐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한 달이 지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정부조직개편이 완료됐지만, 그러는 사이 6명의 장ㆍ차관급 인사가 낙마했다. 지금은 이성한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로 시끄럽다.

논문 표절, 위장전입, 탈세, 투기 등에 연루된 인사가 탈락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일부 인사 규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낙마하는 사례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장ㆍ차관급 인사에 대한 과도한 잣대로 유능한 인재에게 일할 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면 이해되는 부분도 있으나, 선뜻 동의하기에는 찜찜하다.

판단이 서지 않을 때에는 주위에 물어보는 것이 정답이다. 전직 장관의 의견이 궁금해졌다. 국무위원이라는 역할을 해봤기에 그에 필요한 도덕성에 대해서도 잘 알 것 같았다. 가정 먼저 떠오른 인물이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지난해 국무위원 가운데 가장 재산이 적었던 장관이며, 30년 넘는 공직생활 끝에 지난해에서야 자기 집을 장만한 인물이기도 하다.

먼저 그의 근황부터 궁금해졌다. 페이스북 친구인 까닭에 퇴임 이후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장관 자리에서 물러난 다음날부터 곧바로 아내와 함께 국내 여행길에 오른 모양이다. 페이스북 곳곳에 그가 둘러본 곳의 사진과 사색이 가득했다. 행복한 시간을 보낸 흔적이 많았다.

그러던 중 이 전 장관의 아내인 하혜숙 여사의 근황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장관 재임 시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허락되지 않은 인물이었기에 더욱 눈길이 갔다. 이 전 장관은 하 여사가 적은 글을 ‘백수생활 실황 중계’라는 타이틀로 페이스북에 소개하고 있었는데, 놀라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하 여사는 여권이 없었다. 그래서 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 본 경험이 없다고 했다. 이는 또 이 전 장관 내외가 국내 여행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장관 부인에게 그 흔한 여권이 없다니…. 각종 비리에 연루되며 영향력을 행사해온 장관 부인의 이미지와 완전히 달랐다. 동시에 박근혜 정부에서 일할 국무위원 후보자가 아내의 재테크나 교육을 목적으로 한 위장전입 등으로 줄줄이 낙마하는 모습과도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 여사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어떻게 살아왔을까. 속속들이 알 수는 없었지만, 그는 2년 전 남편이 장관이 됐을 때 기분을 이렇게 기술했다. “평소에 게을러서 거의 하지 않던 새벽 예배도 남편이 장관이 되자 예배에 참석하면서 남편과 나라를 위해 기도하곤 했다. 장관이란 자리가 권력과 명예의 자리만 아니라 항상 조심하고 긴장해야 하는 자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욕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을 벌이기도 하는 남편이다 보니 늘 긴장하고 살아야 했다. 그러니 나라와 국민이 잘 되고 편안하다면 남편도 장관직을 무사히 수행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겨졌다.”

필자는 아직까지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하지 않고 있다. 퇴임 후 누리고 있는 달콤한 일상과 남편의 일중독을 치료하려는 하 여사를 방해하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무엇보다도 공직자의 도덕성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약간의 답을 얻은 것 같아 당분간 전화기를 들지 않을 생각이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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