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엔화약세가 지속되면서 해외투자자들이 일본 증시로 몰리는 반면 일본 개인 투자자들은 글로벌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일본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수년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해외증시에 투자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8조8000억 달러에 달하는 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현금이 시장으로 흘러드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일본투자신탁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일본 뮤츄얼펀드의 달러 표시 자산은 11조 1900억엔으로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같은 달 일본 뮤츄얼펀드의 순유입액은 6596억엔으로 이중 35%는 글로벌증시에 투자됐다.
이같은 흐름은 지난해 11월 이후 일본 증시의 닛케이지수가 40% 가량 오르고,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18% 하락한 가운데 가속화됐다. 구보타 게이타 애버딘인베스트먼트 펀드매니저는 “투자자들은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해외에서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WSJ는 최근 해외 증시에 앞다퉈 투자하는 일본 투자자들은 슈퍼개미들로, 대다수 소액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국내 투자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많은 소액 투자자들은 금융위기 이후 엔고현상으로 해외 투자에서 손실을 맛본 바 있다.
글로벌 증시로 눈을 돌린 일본 투자자들은 싼 에너지 가격이 미국의 철강 및 화학 산업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의 부활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니코 자산운용의 아사이 쿠니히로 상품 개발 부문 대표는 “미 경제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이 단기적인 베팅 대신 장기적인 투자를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일본 경제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국내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일본 증시가 지금은 급등세지만,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