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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김지연> 홍콩, 싱가포르 그리고 서울
얼마 전 열렸던 ‘화랑미술제’ 결과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올해는 참여화랑 수와 관람객 수가 감소했고, 판매액도 전년 대비 1억원가량 줄었다는 내용이었다.

미술시장의 지독한 침체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주최측의 노력은 아트페어의 프로그램 전반에서 드러났다. 특히, 한 화랑당 참여작가의 수를 3명으로 제한한 부분에서는 화랑협회와 화랑들의 절박한 심정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당장의 ‘활기’로 이어지지는 못한 모양이다.

사실, 미술시장의 침체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미술품 컬렉션이란 게 다 ‘있는 사람들의 고상하고도 사치스런 유희’일 뿐, 하루하루 먹고살기에도 빠듯한 나와는 관계없는 일 아닌가.

게다가 뉴스에서 보이는 미술계는 대개가 있는 자들의 ‘불법’이 횡행하는 스캔들 현장이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품을 소장하고 향유하는 일의 가치에 대해 긍정하고 공감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은 이런 분위기인데, 중국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다른 국가들의 미술계에 대한 관심과 움직임은 사뭇 달라 보인다.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규모가 큰 국제 아트페어는 서울에서 매년 가을에 열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이건만, 전 세계 미술계가 관심을 갖는 아시아의 핵심 아트페어는 지난 2007년 출범한 ‘아트 홍콩’이다.

특히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이 그 지분을 인수해 ‘아트바젤 홍콩’이 되면서 ‘아트 홍콩’의 위상은 더 높아졌다. 참여화랑에 대한 심사가 무척 까다로워졌고, 탈락하는 화랑도 늘어났다.

그런데 아트바젤 홍콩 출품에 탈락한 화랑들이 차선으로 선택하는 아시아의 아트페어가 서울의 KIAF가 아니라 ‘아시아 미술의 허브’를 표방하고 나선 싱가포르의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싱가포르는 요새 부쩍 자국의 미술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전방위로 노력하는 모양이다. 영국군 주둔지였던 ‘길만 배럭’을 ‘아시아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이곳에 세계 주요 갤러리와 작가 레지던시, 현대미술센터를 유치했다.

그리고 무관세지역인 홍콩 미술시장과 경쟁하기 위해 창이공항에 ‘창고’이자 ‘무관세’ 거래소인 ‘싱가포르 프리포트’를 만들어 미술품을 비롯해 보석, 빈티지 등 고가품의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중국도 국영기업인 거화문화개발그룹이 50억위안(약 8920억원)을 투자해 베이징국제공항 근처에 ‘베이징 문화 프리포트’라는 이름의 ‘예술면세구역’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중국은 프리포트를 영화, 정보기술, 미술을 합친 복합무역센터로 성장시키고, 2016년까지 사업규모를 500억위안으로 확대할 계획이란다. 여러 나라가 이렇게 예술면세특구를 조성하면서까지 예술품 거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뭘까. 여전히 허약하기 짝이 없는 한국 미술시장에는 올해부터 미술품 양도소득세법이 적용되기 시작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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