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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박승윤> 우리금융, 매력적인 매각조건이 필요하다
우리금융을 조기 민영화하려면 건전성과 적격성이 담보된다는 전제 아래 인수 후보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매각 조건이 제시돼야 한다. 후보군이 온전히 가격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인수 조건을 현실화해야 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우리금융지주를 이른 시일 내 민영화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민영화를 빨리 해야만 하는 이유가 귀에 쏙 들어온다. 민영화가 지연되면서 우리금융 조직이 지나치게 정치화됐다는 것이다. 정치화의 단면은 바로 확인됐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최근 전 임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인사 청탁을 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했다. 최고경영자가 공개 경고를 할 정도의 혼탁함이 엿보인다.

정부가 통제하는 공기업은 인사 줄대기 외에도 경영진의 책임경영 상실, 직원들의 업무 의욕 저하 등을 가져온다. 기업 경쟁력과 가치를 떨어뜨린다. 실제로 우리금융의 PBR(시가총액/순자산가치)는 지난 18일 현재 0.58배로 업계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전력처럼 공공성이 강하고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공기업까지 민영화하려는 것도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하물며 우리금융은 외환위기 때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민간기업이다. 위기 상황이 지났으면 빨리 보유 지분을 매각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게 맞다.

미국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씨티그룹에 지원했던 45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2년 후 블록세일과 공모 방식으로 회수했다. 스웨덴은 자산 규모 2위인 노드뱅켄(Nordbanken)이 도산 위기에 처하자 1992년 100% 완전 국유화했으나 3년 후 공모를 통해 지분 34.5%를 매각했다. 이후 2000년까지 다른 은행과 합병을 통해 정부 지분율을 낮춰 북유럽 최대의 금융그룹 노르디 그룹(Nordea Group)으로 키웠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지난 2001년 공적자금 12조8000억원을 투입한 후 12년이 지났음에도 정부가 56.97%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다.

올해 말에는 우리금융이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까. 현재의 매각 환경에서는 쉽지 않다. 지난 정부에서 우리금융 매각을 세 차례나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것은 헐값 논란을 우려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까다로운 매각 조건과 정치적 요인 때문이다. 지난해 3차 매각 상황을 봐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매각을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발언이 나온 후 매수 희망자들이 아예 입찰 제안서를 내지 않았다.

우리금융을 조기 민영화하려면 건전성과 적격성이 담보된다는 전제 아래 인수 후보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매각 조건이 제시돼야 한다.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아무도 참여할 수 없는 룰을 만들고, 고객을 기다릴 수는 없다. 사실 국내의 인수 후보군은 충분히 예상된다. KB국민지주를 비롯한 금융지주사들과 교보생명, 사모펀드 등이다. 이들 후보군이 온전히 가격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인수 조건을 현실화해야 한다. 일괄 매각이든 분할 매각이든 현 시점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매각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치적ㆍ산업적 고려는 없애야 한다. 우리금융 매각에 지방금융 발전이나 메가뱅크 육성이라는 효과까지 거두려 하면 스스로 족쇄를 채울 수 있다. 우리금융을 조기 민영화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정치ㆍ경제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는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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