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현금 보유고가 사상 최고치로 상승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8일 보고서를 내고 신용평가 등급을 매기는 비금융권 기업들의 보유 현금이 지난해 총 1조 45000억달러(1595조원)로 전년의 1조3200억 달러에 비해 10%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1370억달러의 현금을 쌓아놓고있는 선두 애플을 비롯, 마이크로 소프트와 구글 화이자 시스코등 5개 기업이 현금을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기업의 현금 보유규모는 지난해 총 3470억달러로 전체 비금융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의 24%를 차지한다. 이는 지난2011년에 이들 5개 기업의 현금 보유액이 2780억달러로 전체의 21%를 차지했던 것에 비해 더욱 증가한 셈이다.
특히 현금 보유 선두인 애플로 이런 추세라면 올연말에는 1700억의 현금이 쌓여 애플이 비금융 회사들의 보유 현금의 총액의 11%를 차지할 전망이다.
업종별로도 현금 보유 상위 5개 기업중 화이자를 제외한 현금 보유 4개 기업이 기술업종으로 전체 보유현금의 38%를차지하고있다.
무디스는 기술 업종은 지난3년간 늘어난 미국 기업들의 현금 보유 증가분의 60%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기업의 사내 유보현금이 10달러 늘어날때 이중 6달러는 기술 기업들이 쌓아 놓은 셈이다.
현금 보유가 급증하는데는 미국 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35%)인 미국 법인세를 피하기위해 해외 현지 법인에서 벌어들인 돈을 본국으로 송금하지 않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 가운데 58%인 8400억달러가량이 해외에 있다고 무디스는 밝혔다. 지난 2011년 말에는 모두 7000억달러로 53%를 차지했었다.
무디스는 전반적으로 대규모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신용도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만약 자본시장이 왜곡될 때 보유한 현금으로 단기 부채를 갚을 수 있고 사업 여건이 심각하게 나빠졌을 때 대응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미기업들은 현찰을 쌓아놓고 투자하지 않으면서 배당금으로 나눠달라는 투자자들의 거센 압력에 시달리고있다. 애플은 현금 보유고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면서 월가의 헤지펀드 업체인 그린라이트 캐티털이 현금 배당을 늘리고 우선주를 발행하라며 법정 소송까지 제기했다.
애플은 그린라이트의 주주행동주의 운동에 못이겨 조만간 배당금을 늘릴 것으로 시장에서는 전망하고있다.
델 컴퓨터 역시 창업주 마이클 델이 사모펀드와 손잡고 자사주 매입을 통한 상장 폐지를 시도했다가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제동을 걸며 배당금이나 늘리라고 압력을 넣고 있어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해외 현금 송금 문제와 관련, 최근 시스코의 존 체임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들여올때 일시 면세해주는 ‘세금 휴일’을 달라고 미정부에 건의했으나 여론은 비판적이다.
경제 위기로 미정부의 재정적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중이라 불가능할 것으로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고지희 기자/j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