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신임교황의 외교력이 시험무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포클랜드 분쟁을 중재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영국일간지 가디언 등에 따르면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오찬 면담을 가지고, “교황께 아르헨티나와 영국 사이의 포클랜드(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 분쟁을 중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아르헨티나와 칠레 사이의 비슷한 분쟁을 중재했었다고 덧붙였다. 19일 즉위식을 가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요청을 수락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과는 오랜 라이벌 관계로, 교황은 추기경 시절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정책을 ‘민중을 선동하는 포퓰리즘’이라며 비난한 바 있다. 외신들은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이같은 중재요청으로 교황을 외교 분쟁에 끌어들이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포클랜드 전쟁 추모 미사에서 포클랜드를 아르헨티나 영토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었다. 영국 외무부도 포클랜드 문제에 교황청이 나설 이유가 없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달 초 영국 정부가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영유권 협상 요구에 맞서 강행한 주민투표에는 유권자 1672명 가운데 92%가 참여했으며, 98.8%가 영국령 잔류를 지지했다.
아르헨티나와 영국은 1982년 포클랜드의 영유권을 두고 전쟁을 했으며 승리한 영국이 이 섬들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아르헨티나에서 ‘말비나스’로 부르는 포클랜드의 반환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