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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또 인사사고, 국가경영능력 의심된다
중소기업청장에 내정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돌연 사퇴했다. 공직에 임명되면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전량 처분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한다는 공직자윤리법이 걸림돌이 됐다. 백지신탁을 하더라도 두 달 내 매각해야 하는 데 그럴 경우 회사 경영권을 지키기 어려워 부득이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를 보고받고 사퇴를 수락했다고 한다. 공직을 맡느라 평생 일군 기업을 날려버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황 내정자의 고심이 컸겠지만 사퇴는 불가피했다.

황 내정자의 낙마는 여러 면에서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모처럼의 신선한 인사가 무산된 게 어처구니없고 안타깝다. 박 대통령은 ‘중소기업 대통령’을 자임할 정도로 중소기업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런 만큼 ‘손톱 밑 가시’를 뽑아주는 중소기업 정책 책임자 인선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그 결과가 벤처 1세대 성공신화의 주인공인 황 내정자의 전격 발탁이었고, 중소기업계는 물론 재계 전체가 환영일색이었다. 본인도 즉각 업무 파악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의욕을 보였다. 그러다 중도에 물러나게 됐으니 맥이 빠질 노릇이다.

그의 사퇴 경위를 보면 우리 공직자 임명 절차가 얼마나 허술하고 한심한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황 내정자가 백지신탁 통보를 받은 것은 인선 발표 불과 수분 전이었다고 한다. 그제야 관련 법률 검토를 시작했고, 청장직을 맡으려면 회사를 넘겨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토록 중대한 사안이라면 사전에 충분히 소통하고 본인이 수락한 뒤 인선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순서다. 오너 경영인을 기용하는 게 전에 없던 일이어서 잘 몰랐다는 것은 변명조차도 안 된다. 이 정도 기본적인 사항도 따져보지 않고 덜컥 인사발표를 한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비단 이번 사태뿐만이 아니다. 현 정부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게 인사 사고다. 최대석 인수위 외교국방통일 분과위원이 이유도 없이 사퇴한 것을 시작으로 국무총리 후보자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물론 청와대 비서관에 이르기까지 벌써 몇 번째인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한마디로 박 대통령의 ‘나 홀로 인사’가 그 발단이다. 시스템을 통한 인사가 아니라 개인적인 판단을 근거하다보니 여기저기서 구멍이 뚫리는 것이다. 앞으로도 숱한 인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런 사고가 더 잦아지면 국민들은 현 정부의 국가 경영 능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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