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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부조직법 합의 부작용이 더 큰 문제
정부조직법 합의 후유증이 심상찮다. 박근혜 정부의 아이콘 격인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이 거의 원안대로 이뤄졌다고는 하나 실상은 그러하지 못하다. 정부조직이야 꾸리겠지만 얽힌 사안들이 정치 쟁점 일색이어서 국정운영이 원활할지 의문시된다.

46일 동안 밀고 당긴 소모적 정쟁이 남긴 부작용은 곳곳에서 툭툭 불거지고 있다. 부처 간은 물론 산업 간 칸막이를 허물어 방송ㆍ통신 융합을 통한 정보통신기술(ICT)의 창조를 극대화하자는 본래 취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방통융합의 핵심인 TV산업의 경우 스마트TV는 산업통상자원부로, IPTV는 미래창조과학부로 나눈 것부터 난센스다. IPTV마저 산업통상자원부와 방통위, 미래부로 쪼개 놓았다. 주파수도 미래부, 방통위, 국무총리실로 흩어졌고, ICT 분야 효자인 게임산업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존치했다. 이러니 협상주역인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마저 ‘누더기’라는 표현을 마다않았다.

문제를 풀어내기보다는 오히려 무더기로 덮어버린 식이다. 마치 수술도구를 남겨 둔 채 봉합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 거래에 눈먼 저급한 정치가 남긴 것은 산적한 난제뿐이다. 당장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국정조사 정국이 동시다발로 엮어질 공산이 커졌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역점사업인 4대강 사업과, 이른바 ‘국가정보원 여직원 댓글 의혹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발등의 불에 대인 여야가 얼렁뚱땅 원칙적인 합의를 본 것이 화근이다.

4대강 사업과 관련, 감사원의 조사가 미진할 경우 국조를 실시하기로 해 전제조건을 둘러싼 지루한 공방이 이어질 게 분명하다. 워낙 첨예한 사안인 데다 국정원 사건 역시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을 아예 무시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원세훈 국정원장의 업무지시가 대선 개입인지를 놓고 벌일 사실공방은 분란만 더 조장할 소지가 다분하다.

각종 민생법안 처리가 당장 문제다. 정부와 여당은 대선 공약 중 40여개의 관련 법안을 상반기 안에 입법화한다지만 감정의 골이 워낙 깊다. 게다가 박 대통령의 관심사인 현행 인사청문회법의 6월 내 합리적 개선 역시 야당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고분고분 응해 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어느 것 하나 온전해 보이지 않는다. 구태정치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한심스러운 정치부재가 낳은 인과응보다. 북한 핵위협에다 경기침체 등 시급한 국가적 현안은 제쳐두고 국정조사 등 낮밤 없는 볼썽사나운 정치놀음이 언제까지 또 전개될지 걱정부터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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