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키프로스의 은행예금 과세 결정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예금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들만한 사건이라고 세계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CEO)가 경고했다.
엘 에리언 CEO는 1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에 출연해 “키프로스와 유럽, 두 개의 ‘다이나마이트’ 뇌관에 불이 붙고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엘 에리언은 “키프로스 정부의 은행 예금 과세 결정이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소액 예금자들은 과세 대상에서 반드시 제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로존은 더 복잡하고 불확실한 상황을 겪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키프로스에서 벌어지는 사태가 유럽의 정치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엘 에리안은 다른 EU 회원국에 대규모 뱅크런(은행 예금 인출) 사태가 일어나지 않은 것은 “매우 다행스럽지만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뱅크조깅이나 뱅크런은 일단 한번 시작되면 쉽게 확산돼 통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단 그는 “현재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면서 “이는 유동성 문제라기보다는 유럽 국민들이 정치적 질서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는 것에 더 가깝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국 중앙은행들이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같은 일을 막기 위해 시장 개입에 적극적으로 나서 금융시장 자체에는 큰 위험이 따르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키프로스 정부는 16일 유럽연합(EU)으로부터 100억유로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은행예금에 일회성 세금을 매기기로 합의했다가 반발이 거세지자 10만 유로 이하 소액예금의 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재협의 중이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