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이후 20% 하락
달러당 엔화가치 3년來 최저
엔화반등 대비 옵션계약 승부수
엔화 약세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투자자들이 일찌감치 엔저에 대한 헤징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엔화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고 판단해, 엔화가 다시 오를 경우에 대비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WSJ은 엔화 가치가 지난해 11월 이후 20% 가량 떨어지면서, 트레이더들이 엔화가 반등할 경우에 대비해 옵션계약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달러당 엔화 가치가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자, 갑작스럽게 닥칠 수 있는 엔랠리에 시장이 미리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WSJ에 따르면 엔화 재반등에 승부수를 던진 트레이더들은 엔화가 오르면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옵션계약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3억6000만달러 규모의 외환펀드 씨뷰(C-View)는 최근 엔화 콜옵션을 대거 사들였다. 이 회사의 폴 채플 대표는 WSJ에 “엔화에 대해 주도적으로 움직여야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일본은행(BOJ)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채권 매입에 나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시장에 엔화 공급이 늘어나게 해 결국 엔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몇 일 새 환율시장이 안정화됐다는 신호도 나오고 있다. 지난 한 주 시장에서는 엔화는 달러당 96엔대에서 거래됐고, 이번주 달러 대비 0.8% 상승했다. 또 지난 14일 96.11엔대에 비해 지난 15일에는 0.9% 올라 95.29엔에서 마감했다.
WSJ는 옵션시장을 살펴보면, 투자자들이 엔화 강세가 올 경우 실적을 올릴수 있는 선물계약을 선호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투자자들은 엔화가 약세일 때 이득이 되는 옵션계약을 선호했다. 갑작스러운 엔저현상으로 헤지펀드들은 외환투자이익을 올리며 짭짤한 재미를 봤다. 조지 소로스가 운용하는 헤지펀드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10억달러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상당수 투자자들이 엔저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는 출구전략을 꾀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WSJ는 분석했다. 메릴린치 외환투자전략가 존 홉킨스는 WSJ에 “투자자들은 엔저현상이 충분히 지속됐다고 판단하고, 옵션상품을 이용해 투자금을 보호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재무성 재무관 시절 ‘미스터 엔’으로 불렸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 가쿠인대 교수는 15일 “엔화 대비 달러 환율이 100엔을 넘는 수준까지 강해지지 못할 것”이라면서 “엔화 가치 하락은 사실상 거의 막을 내리고 있어, 엔/달러 환율은 앞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