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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정덕상> 안철수의 도전은 도발이다
작지만 노원병은 한국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여야, 진보정의당, 안철수까지 4파전이 벌어지면 보수와 진보의 한판 이념대결도 벌어진다. 안철수가 만약 승리한다면, 여세를 몰아 ‘시대 정신’을 주도할 수도 있다.




‘시즌2 안철수의 생각.’ 정치판을 뜨겁게 달구었던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풀 뜯어먹는 종이호랑이”, “벼룩의 간 빼 먹기”, “가장이 돈은 안 벌고 밥을 축낸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새누리당과 각을 세워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안철수에게 쏟아지는 야권의 불만은 “대선주자가 왜 급에 맞지 않게 서울의 변방, 그것도 쉬운 선거에 기웃거리느냐”로 요약된다. 부산 영도에 출마해서 김무성 새누리당 후보와 화끈하게 붙으면, 떨어져도 명분이 있다는 논리다. ‘바보 노무현’처럼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신념은 지역주의 타파였다. 부산에서 세 번 패배를 자처했고 그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지역주의는 여전히 청산되지 않았고, 국민의 사랑은 뜨뜻미지근하다. 폐족(廢族)까지 몰렸던 친노(親盧)세력은 지금 대선패배 책임의 중심에 서 있다. 노무현의 발자국을 안철수가 밟아야 할까.

안철수의 노원병 출마 선택은 앞으로 대안정당 창당과 정치세력화, 2017년 대권 도전까지 대한민국 절반에 해당하는 서울ㆍ수도권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포석이다. ‘야권후보=영남후보론’은 승리 공식은 문재인에서 실패했다. 유효한, 감동적인 카드는 더 이상 아니다.

안철수의 도전은 도발이다. 한국정치는 영남에 똬리를 튼 새누리당, 호남과 끈끈한 민주당이 양분하는 구조로 고착됐다. 정당과 지역은 “우리가 남이가”로 연결된다. 퇴행적 구도가 정치의 병패와 어둠 속에서 공존해왔다. 지역패권주의, 지역 편중인사, 독점과 소외, 작대기 공천 등등. 새누리당은 기득권이라는 단물만 빨아먹어도, 민주당은 재건축이 필요한데 도배질만 해도 양대 축으로 거드름을 떨 수 있다. 국민은 불행한데, 정당은 행복했다.

한국정치의 부조리가 함축된 영ㆍ호남 구도는 이제 제대로 흔들려야 한다. 꼭 안철수가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제3의 세력’에 새누리당 일부가 동참하고, “민주당은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여론이 증폭해 호남권까지 합류한다면 그건 덤이다. 정치에 대한 본질적인 반성과 개선에 대한 욕구가 커질수록 제3세력은 수도권이라는 큰 판에서, 중산층의 넓은 지지를 받으면서 영ㆍ호남의 적대적 대립을 해소하는 ‘중도 타협’의 정치공간을 만들어낼 공산이 크다.

작지만 노원병은 한국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도시가 확장하면서 개발과 미개발, 중산층과 저소득층, 3040세대와 5060세대가 공존하고, 높은 교육열로 신분상승에 대한 욕망이 요동치는 지역구다. 민주당, 새누리당, 진보정의당이 번갈아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스타 정치인이 배출됐다. 여야, 진보정의당, 안철수까지 4파전이 벌어지면 보수와 진보의 한판 이념대결도 벌어진다. 안철수가 만약 승리한다면, 여세를 몰아 ‘시대정신’을 주도할 수도 있다. 아마 미국에서의 82일간의 고민, ‘시즌2 안철수의 생각’일 것이다. 생각은 자유니까.

조국 서울대 교수는 살찌고 게으른 청어를 잡아먹는 ‘메기의 귀환’이라고 안철수를 환영했다. 안철수가 청어인지, 메기인지는 판가름 나지 않았다. 안철수가 가시밭길을 걸으면서 씨앗은 뿌릴 수 있지만, 싹을 틔우는 건 토양의 힘이고 국민의 꿈이다. 

jpur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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