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예수회 입문 수도사 길로아르헨 가톨릭교회 현대화 이끌어2005년 콘클라베서도 유력후보에즉위식은 19일 성 요셉 대축일에성직자 성추문 등 해결과제 산적
1958년 예수회 입문 수도사 길로아르헨 가톨릭교회 현대화 이끌어
2005년 콘클라베서도 유력후보에
즉위식은 19일 성 요셉 대축일에
성직자 성추문 등 해결과제 산적
13일 저녁 6시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 있던 수만명의 얼굴이 환해지며 환호가 터져 나왔다. 전 세계 12억 가톨릭 신도를 이끌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 교황이 선출된 것이다. 이틀에 걸친 다섯 번의 투표에서 교황청은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76)을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했다. 가톨릭 역사상 첫 남미 출신 교황으로 최초의 예수회 교파 출신 교황이기도 하다. 교황명은 프란치스코. ’아씨시의 프란체스코’ 성인의 청빈과 봉사의 삶을 잇겠다는 의지다.
1936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탈리아 출신 철도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1958년 예수회에 입문, 수도사의 길을 걷는다. 산미겔 산호세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뒤,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철학과 문학을 가르쳤다.1980년대 산미겔 예수회 수도원장으로 발탁됐으며 이후 독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줄곧 후학 양성에 힘써 왔다. 추기경에 임명된 것은 2001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에 오른 지 3년만이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당초 교황 후보 물망에 이름이 오르지 않아 의외라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지난 2005년 콘클라베에서도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을 정도로 폭넓은 지지 기반을 얻고 있다. 특히 세계 가톨릭 신자의 감소 속에 라틴아메리카의 두드러진 약진도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라틴아메리카에서도 가장 보수적으로 평가받는 아르헨티나 가톨릭 교회의 현대화를 이끈 개혁적 인물로 통한다. 2010년 아르헨티나 정부가 동성 간 결혼을 허용하려 하자 강한 반대운동을 폈지만, 이로 인해 동성애자들이 부당하게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교회와 세상의 간극을 줄이는데 힘써 왔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이날 성 베드로 성당의 발코니에 나와 축복을 전하는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 바티칸시와 전 세계에게)’에서, “환영에 감사한다”며 “동료 추기경들이 나를 찾기 위해 다른 세상의 끝으로 간 것처럼 보인다”고 가벼운 농담을 건넸다. 세계의 관심과 축복 속에 교황이 된 그에게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여있다. 잇단 성직자들의 성추문 사건과 바티칸은행의 돈세탁 의혹 해소 등 신뢰회복이 우선 과제다. 평소 빈곤문제에 관심이 많은 그가 교회개혁과 정의를 위해 어떤 지도력을 보여줄지 세상의 눈이 쏠리고 있다.새 교황 즉위는 성 요셉 대축일인 3월 19일 이뤄질 예정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s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