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교황 유산에 영향…청빈·소박·박애의 삶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76) 추기경은 13일(현지시간)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를 거쳐 새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당신은 어떤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새 교황은 이전까지의 이름을 버리고 재임기간 사용할 이름을 직접 고를 수 있다. 새 교황의 이름은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서 선출사실과 함께 공포하게 되는데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청빈·소박·박애를 상징하는 ‘프란치스코’를 골랐다. 종종 교황이 택한 즉위명은 앞으로 가톨릭교회를 이끌면서 어떤 길을 택할 것인지 암시하는 것으로 읽혀진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13세기 이탈리아 중부의 마을 아씨시의 부유한 상인 가정에서 태어나 향락을 쫓고 방탕하게 살다가 20세에 마음을 돌이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든 사유 재산을 버리고 청빈하게 살기로 결심한 그는 1209년 제자 11명을 거느리고 청빈을 목표로 한 ‘작은 형제들의 모임’이라는 최초의 수도회를 설립했다. 만년에는 오상(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혔을 때 손발에 생긴 다섯 군데의 상처)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자애로운 인품과 여러 기적을 보여줘 그의 사후 지금까지 수백 년 동안 가톨릭 신자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에 담긴 이런 뜻을 감안하면 가톨릭이 가진 ‘부유함’의 이미지가 앞으로 어느 정도 가실 것이라고 독일 dpa 통신은 분석했다. 지난 120년간 교황 명칭으로는 비오, 레오, 그레고리오, 베네딕트, 요한, 바오로 등이 많이 쓰였는데 프란치스코라는 명칭은 처음 사용된 것이자 이런 전통에서 벗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역대 교황들은 하나의 이름만 썼지만 요한 바오로 1세는 사도인 ‘요한’과 ‘바오로’ 이름 두 개를 처음 선택한 교황이다.
교황이 새 이름을 택하는 관례는 6세기에 즉위한 요한 2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메르쿠리우스’라는 이름을 갖고 있던 그는 이교도의 신을 딴 이 이름이 교황으로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요한 2세’로 이름을 바꿨다. 그 이후에 원 세례명을 그대로 유지한 교황은 16세기의 하드리아누스 6세가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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