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제266대 교황을 선출할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 일정이 12일 시작된 가운데 역대 콘클라베 진행 과정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세기 들어 소집된 콘클라베는 최단 이틀에서 최장 닷새동안 열렸으며, 평균 3일이 소요됐다.
콘클라베 최장기간은 5일로 1903년 7월 당시 7차례 투표를 거쳐 이탈리아 출신인 비오 10세가 교황으로 선출됐다. 1922년 2월 선출된 이탈리아 출신 교황 비오 11세는 5일동안 콘클라베를 거쳤으며, 14차례로 가장 많은 투표횟수를 기록했다. 가장 단촐한 콘클라베로 선출된 교황은 이탈리아 출신인 비오 12세로, 1939년 3월 이틀동안 단 3차례 투표로 최종 결정됐다. 앞서 2005년 4월 베네딕토 16세는 이틀동안 4차례 투표로 선출됐다.
새 교황 선출을 알리는 흰 연기가 콘클라베 시작 며칠 만에 피어오를지 알 수 없지만 지난 100년간 콘클라베가 5일 넘게 지속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차기 교황이 이번 주말 이전에 선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 교황발표는 500여면만에 처음으로 프랑스 추기경이 맡게 됐다. 이탈리아 안사통신은 12일(현지시간) 또랑 추기경이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을 맡는다고 전했다. 하베무스 파팜은 라틴어로 “새 교황이 탄생했다”는 뜻이다. 밖에서 콘클라베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새 교황 선출 사실과 이름을 발표하는 의식이다. 하베무스 파팜은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색 연기가 나온 직후 약 5분가량 진행될 예정이다. 또랑 추기경은 새 교황의 기존 이름을 발표하고 나서 새 교황이 스스로 정한 공식적인 교황명도 공개한다. 전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한편 전 세계가 콘클라베가 열리는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색 연기가 피어오르기만을 숨죽여 기다리는 가운데 12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는 ‘분홍색 연기’가 피어올라 눈길을 끌었다. 남성 추기경들의 전유물인 콘클라베에 항의하고 가톨릭 교회에서 여성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여성사제서품회의’의 시위대가 분홍색 연기를 피운 것이다. 시위대는 분홍색 옷을 입고 “여성을 성직에 임명하라”는 배지도 달았다.
또한, 가톨릭 교회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데 지친 여성들은 아예 ‘가톨릭 여성성직자협회’(ARCWP)를 만들고 자체적으로 사제 서품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교황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파문으로 맞서고 있지만, 현재 ARCWP가 임명한 여성사제는 124명이고 주교는 10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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