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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국적기업들, 아시아 현지기업 맹추격에 시장전략 수정 직면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60년동안 인도네시아 시장을 지배해온 다국적 기업 제네럴일렉트릭(GE)은 지난해 이 곳에서 고전을 면 치못했다. 국영철도회사인 크레타아피로부터 신규 철도사업을 따내는 과정에서 예상밖으로 만만찮은 경쟁에 직면한 것이다. 결국 GE가 기관차 100기 발주계약을 맺었으나, 무산될 위기에도 여러번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아시아시장에서 경쟁심화로 인해 서구기업들의 기득권이 흔들리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세계 다국적기업들이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현지기업들의 급성장으로 시장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이제 신규 투자확대 등 사업전략을 수정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기술력을 보유하고 시장영향력을 키운 현지 경쟁업체들의 추격이 속속 가속화되고 있어, GE, 캐터필러, 허니웰 등 글로벌 다국적기업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GE의 동남아시아 사업부 대표인 스튜어트 딘은 WSJ에 “역사적으로 글로벌 솔루션을 확보해왔고, 전세계를 상대로 사업하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 현지 기업들과 직접 경쟁을 하고 있어, 시장전략을 미세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GE의 경우,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계약을 둘러싸고 캐나다, 유럽, 중국계 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유럽과 캐나다 업체들은 인도네시아 정부에 기술력 제공을 약속했으며 중국 업체는 가격 경쟁력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딘 대표는 “기관차 5~6대를 발주하는 사업이라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겠지만, 100대라면 상황이 다르다”며 “가까스로 사업권을 따냈다”고 말했다.

글로벌 컴퓨터 제조업체 휴렛팩커드(HP)는 최근 중국기업인 레노버와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다. WSJ은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자료를 인용해, 레노버는 2012년 전세계 PC 시장 점유율에서 14.8%를 차지해, 16%를 점유한 HP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스웨덴통신기업 에릭슨은 중국기업 화웨이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글로벌 중장비 업체인 캐터필라는 아시아 시장에서 중국기업인 사니 중공업에 밀렸다. JP모간에 따르면 사니 중공업의 중국 내 시장점유율은 13.6%로 캐터필라(6.9%)를 두배 가량 앞선다.

차이나 마켓 리서치 그룹의 숀 레인 대표는 “아시아 현지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고급인력을 채용하면서, 시장 경쟁은 점점더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현지기업들은 저가 경쟁을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WSJ은 아시아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 대부분 현지 투자를 확대할 계획을 가진 만큼, 신흥시장에서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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