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김영화 기자]이라크전의 진정한 승자는 터키인가?
오는 20일 이라크 전쟁 발발 10주년을 앞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라크전으로 미국은 승리하고, 이란은 평화를 얻었으며, 터키는 계약을 따냈다며 터키 경제의 이라크전 수혜 상황을 보도했다.
FT는 2003년 전쟁 당시 미군이 자국 영토를 통과하지 못하게 해 미국을 분노케 했던 터키의 기업인들이 이라크 시장을 둘러싼 전쟁에서 챔피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터키의 대(對) 이라크 수출액은 지난 10년간 해마다 25% 이상 성장해 지난해 기준 1080억달러에 달했다. 이에 따라 터키에 이라크는 독일에 이어 두번째로 중요한 수출 시장이 됐다. 이스탄불의 BGC파트너스의 오즈구르 알투그 경제분석가는 “이라크는 풍부한 석유자원 덕분에 갈수록 부유해질 것으로 보여 이라크의 터키제품에 대한 수요는 해마다 20억달러 이상씩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또 터키의 도급업자들은 지난해 총 35억 달러 상당의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으로 터키의 캘릭에너지는 이라크 발전 부문 역대 최대급 공사인 모술, 카발라 지역의 가스터빈발전소 공사를 수주해 8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T는 현재 이라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외부세력은 이란이지만, 바그다드 거리의 쇼핑센터와 가구점의 상품, 포장벽돌에까지 터키 상표가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특히 터키의 이라크로의 수출품 가운데 약 70%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 지역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터키와 쿠르드 자치 정부간 경제ㆍ외교 관계가 끈끈해지면서 현재 쿠르드 지역에는 터키기업인 약 1000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북부 이라크와 터키 접경지역에는 매일 수백대의 트럭이 늘어서 있다.
그러나 양국간 경제적 유대관계가 끈끈해지면서 한편으론 정치적인 마찰도 생겨날 조짐이다.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은 터키가 쿠르드족 및 소수 수니파와 관계를 강화하면서 시아파가 주도하는 바그다드 중앙정부를 전복시키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라크의 현 말라키 정부는 터키 기업들이 이라크 당국과 추가로 대형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터키 정부는 이에 대해 누리 알 말라키 정부의 종파주의를 비난하며 맞서는 상황이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