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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문창진> 관대한 음주문화 이제는 그만
음주폐해, 사회제비용 연간 23조
5월 세계보건총회서 보고서 상정
OECD 자살률 1위 대한민국
알코올 남용 불명예 더해서야




인류의 발명품 가운데 걸작 중의 걸작인 술. 기쁠 때도 한잔, 슬플 때도 한잔, 술은 오랜 세월을 인간과 함께하며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 술이 요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주폭’ ‘주취’라는 신조어가 탄생했고 성폭력ㆍ가정폭력 등 각종 폭력의 이면에는 으레 술이 개입되어 있다. “악마가 인간을 찾아갈 시간이 없을 때 대신 보내는 것이 술이다”라는 말처럼 술은 악마적 요소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한국은 술에 대해 관대하다. 그래서 그런지 술 소비량도 대단하다. 2011년 CNBC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14.8ℓ로 세계 1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상으로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인의 알코올 소비량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18세 이상 성인 중 알코올 의존 및 남용자 비율은 2010년 현재 6.8%로, 세계평균치 3.6%의 두 배에 이른다. 10대 청소년의 음주율은 20%를 넘어섰고, 이 중 절반가량이 위험 음주자로 나타났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괜찮다고 하지만, 개인이나 사회에 대한 잠재적 해악이 매우 큰 위험한 기호품이다. 술의 폐해를 일일이 나열하자면 한정이 없다. 우선 술은 건강을 해친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15~29세 유럽 남성 4명 중 1명이 술 때문에 사망한다고 한다. 성인 남성의 약 7%가 알코올 남용 상태에 있고, 4%가 알코올 의존 상태에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의 알코올 관련 사망자가 한 해 250만명, 15~29세의 청년 사망자 수는 한 해 32만명에 이르며, 이는 전체 사망자의 4%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술은 또 각종 사고와 범죄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음주운전으로 매년 1000명 넘게 죽고 5만명 이상이 다쳤다. 아내를 폭행한 남편 4명 중 3명이 술에 취해 있었고, 교통사고 특례범의 65%, 살인범의 63%가 음주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범죄자 5명 중 1명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이른 바 ‘주취범죄자’로 민생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술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23조원이 넘고, 이 중 절반 가까이가 일을 못해 생기는 생산성 손실이라고 한다. 음주로 인한 건강보험진료비 지출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2011년 통계에 따르면 2조4336억원에 이른다.

음주로 인한 폐해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보니 2010년 세계보건총회가 ‘알코올 유해성 감소를 위한 글로벌 전략’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글로벌 전략에는 주류 광고ㆍ후원ㆍ판촉을 규제하고,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며, 음주 장소를 제한하고 술집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등 술 소비 억제를 위한 다양한 내용들이 들어가 있다.

금년 5월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보건총회에서 회원국들의 글로벌 전략 이행상황을 정리한 보고서가 상정될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과연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궁금하다.

음주를 죄악시하며 무작정 규제해서도 안 되지만, 음주의 폐해를 방치해서도 안 된다. 세계보건기구는 알코올 시장에 대한 다양한 가격적ㆍ비가격적 조치들을 통해 알코올 소비량을 감소시키면 음주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강력한 조치를 회원국들에 권고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인 한국이 알코올 남용국가의 불명예까지 뒤집어쓴다면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술에 대해 관용을 베풀면 베풀수록 술의 폐해는 더 커질 수 있다. 자신은 물론 가족과 주변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술에 대해 우리 사회가 이제 좀 엄격해져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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