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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 고지희> 오바마 대통령의 2기 스타일에 대한 우려

요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1기 때보다 더 일방주의에 함몰됐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시퀘스터로 올해만 국방비 420억달러가 줄어들면 당장 그 파장이 주한미군에도 밀려올까 걱정되는 우리나라로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2기 정치 스타일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진다.





정치전문가들은 재선에 성공한 미국 대통령의 가장 큰 적은 야당이 아니라 대통령 자신이라고 꼽는다. 국민들의 지지를 재확인했다는 자신감이 바로 자만을 부르고 자만은 곧 야당과의 타협 없는 독주를 낳기 때문이다. 요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1기 때보다 더 일방주의에 함몰됐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7일 대통령선거에서 재선되자마자 거의 두 달을 재정절벽 협상으로 시간을 끌다가 새해 1월 1일에 간신히 부분 협상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패배로 심리적 공황에 빠진 공화당 지도부를 밀어붙여 부부합산 연소득 45만달러 이상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을 4.5%포인트 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시퀘스터, 즉 정부 예산의 자동삭감은 합의하지 못하고 발동 시기만 2개월 늦췄다. 오바마 대통령이 시퀘스터를 타결하지 못하고 재정절벽 사태만 간신히 벗어나자는 이런 ‘발 앞의 깡통 걷어차기(kick the can down the road)’ 전략은 아무런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미 언론은 비난했지만, 그는 일단 시퀘스터는 미루고 1월 21일 성대한 취임식 팡파르를 울렸다. 하지만 시간은 금방 흘러 지난 3월 1일 시퀘스터가 발동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퀘스터에 따라 이달 27일부터 지출 삭감이 현실화되기 전에 이를 피할 합의안을 도출해야 하는 막판 협상 시한에 또 몰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에도 목전의 시퀘스터 발동을 앞두고도 야당과 협상을 뒤로 한 채 2월 한 달 내내 특유의 대국민 캠페인 전략을 펼쳤다. 백악관에서 소방관과 경찰관, 연방 직원들을 연일 참석시킨 가운데 시퀘스터가 발동되면 이들이 바로 해고될 것이라고 호소했고, 워싱턴을 떠나 미네소타와 미시건 주 등의 무기제조업체 공장에서, 초등학교에서 시퀘스터가 발동되면 이곳 근로자들이 실직하고 어린이 급식비가 날아간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하지만 이런 오바마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은 이번에는 역풍을 맞고 있다. 지난달 17일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함께 비공개 라운딩을 하는 등 휴가기간 내내 플로리다의 한 지인이 마련해준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긴 것이 언론에 보도됐기 때문이다. 그러자 각종 여론조사에서 시퀘스터는 야당보다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는 여론이 쏟아졌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주 오바마 저격수로 불리는 공화당의 폴 라이언 예산위원장을 비롯한 공화당 중진 12명 등을 잇달아 초청해 식사를 함께 하면서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공화당의 협상 대표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부르지 않고 있다. 최근의 대치정국을 오바마 대통령이 빚어놓은 정치실종 사태라고 연일 맹비난하고 있는 워싱턴포스트 등 언론들은 대통령이 이제라도 미국에 의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비아냥 섞인 논평을 내놓고 있다.

시퀘스터로 올해만 국방비 420억달러가 줄어들면 당장 그 파장이 주한미군에도 밀려올까 걱정되는 우리나라로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워싱턴 정치로 복귀한 게 다행이지만 그의 집권 2기 정치 스타일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진다.
 

j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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