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유럽은행들이 유럽연합(EU)의 은행 임직원 보너스규제안에 맞춰 경영진들의 연봉을 앞다퉈 재조정하기 시작한 가운데 벌써부터 기본연봉 인상을 통해 보너스규제를 회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유럽 은행이 연례주주회의를 앞두고 주주들의 승인을 얻기 위해 연봉 재조정에 나섰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말 은행 경영진의 보너스가 고정 연봉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보너스 규제법안에 합의한바 있다. 새 보너스 규제안은 2014년 1월부터 시행된다. 한 은행 경영진은 FT에 “몇달동안 협의해 결정했던 임직원 연봉과 보너스에 대한 체계를 모두 재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경영진이 가장 압박감을 느끼는 문제는 앞으로 그들의 연봉이 주주들의 투표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EU의 새 보너스규제안에 따르면 유럽은행 경영진의 상여금은 주주들 대다수가 동의할 때만 고정연봉의 2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규제안이 경영진의 고정 연봉 인상이라는 반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FT에 따르면 대다수 연봉 협상 전문가들은 보너스 상한선을 올리기 위해 상당한 연봉 인플레이션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연봉전문가는 FT에 “현재 150만 파운드를 받는 은행권 최고경영진의 기본 연봉이 최소 200만~350만 파운드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은행권에 별다른 대안이 없을 것”이라면서 “능력있는 경영진들은 당연히 높은 연봉을 원할 것이므로 아마 보너스보다 높은 기본 연봉이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유럽 감독당국은 이같은 연봉 인플레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이는 내년 실시되는 보너스 규제안을 조롱하는 일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영국 등 일부 나라 금융권에서는 은행 임직원의 상여금을 기본 연봉으로 제한할 경우, 경쟁력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일 스위스에서 기업 경영진의 보수를 제한하는 국민발의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하면서 프랑스와 독일 등 에서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EU는 20일 회동을 통해 역내 은행권 보너스 규제를 위한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EU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EU 순회의장국을 맡고 있는 아일랜드가 20일 회의를 열고 이를 최종 합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