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대통령 사망…베네수엘라 정국 어디로
사후 30일내에 대통령 선거 명시마두로 부통령 유리한 고지 점령
야권연대 대항마엔 카프릴레스
정치이념 공유 볼리비아·에콰도르
차기정권따라 정치구도 재편 예고
‘종신 집권’을 꿈꿨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암으로 사망하면서 베네수엘라 정가는 술렁이고 있다. 여야가 ‘포스트(Post) 차베스’ 시대의 주도권을 놓고 극한 대립 양상을 띨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베네수엘라 헌법에 따르면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현직 대통령 사후 30일 내에 치러지게 돼 있다. 집권 베네수엘라통합사회주의당(PSUV)은 차베스가 후계자로 지목한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을 내세워 권력 수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야권 통합연대(MUD)는 차베스의 대항마 엔리케 카프릴레스를 중심으로 정권 교체에 도전한다는 심산이다.
차베스가 사라진 정국에서 대선 전망은 안개 속이지만, 일단은 마두로가 카프릴레스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형국이다. 마두로는 차베스가 암투병에 들어간 지난해 12월 상순 주지사 선거에서 23개 주 중 20곳을 쓸어 담으며 대권 후계자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작년 대선에서 패한 야권 연대가 벼르던 선거에서 거둔 압승이어서 의미는 남달랐다. 최근 친여성향의 여론조사기관은 재선거 시 마두로가 과반 이상을 획득하며 카프릴레스를 누르고 권력 수성에 성공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번 재선거를 기회로 부활을 벼르는 야권이 이렇다 할 대안 없이 포퓰리즘 정책의 폐해와 극심한 범죄, 실업문제 등을 비판하는 데 그친다면 정권 탈환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차베스가 남미 좌파의 맏형 노릇을 자임해왔던 탓에 베네수엘라의 차기 정권 향배에 따라 중남미 정치 구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차베스가 이끌던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의 회원국인 볼리비아와 에콰도르는 그간 베네수엘라와 정치이념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경제 지원도 받아왔다.
차베스는 2007년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코카잎 생산에 어려움을 겪자 자금지원을 발표하며 모랄레스의 손을 잡아줬고,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과 2010년 3월 양국 간 프로젝트와 공동회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하면서 한층 우애를 강화했다.
이런 가운데 만약 야권이 승기를 잡을 경우 남미 강경좌파의 세는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미 강경좌파 세력은 우파에 치이고 대세를 이루는 중도좌파에 밀리며 고립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차베스의 석유지원 프로그램(페트로카리베)에 따라 시가보다 싸게 석유를 공급받아 온 쿠바 등 중미 국가들도 영향이 불가피해 베네수엘라 정국을 주시하고 있다.
코트라 카라카스 무역관에 의하면 베네수엘라는 채굴 가능한 원유가 2950억배럴로 전 세계 확인 매장량의 24.8%에 달한다. 여기에 미확인 매장분까지 합치면 모두 1조3000억배럴에 달한다는 추산까지 나왔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