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차베스 대통령 ‘독재자’ vs ‘남미의 해방자’ 평가 극과극…베네수엘라 정국 혼돈 속 중남미 좌파정권도 먹구름
‘독재자냐, 남미의 해방자냐’5일(현지시간) 별세한 남미 좌파 정권의 아이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올해 집권 15년차였던 고(故) 차베스 대통령은 무상의료 확대 및 보조금 혜택 지급 등으로 극빈층으로부터는 영웅 대접을 받은 인물이다.
지난 1954년 7월 베네수엘라 농촌의 가난한 교사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소년 시절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던 야구선수였다가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해 정치 지도자로서 야망을 키우게 된다. 그가 대중에게 존재감을 처음 드러낸 것은 92년 동료 장교들과 일으킨 쿠데타를 통해서다. 비록 쿠데타는 실패로 끝나 감옥에 갇히는 몸이 됐지만 “모든 것을 홀로 책임지겠다”는 발언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94년 3월 석방된 그는 좌파연합인 애국전선(PP)을 결성하면서 대중 정치인으로 본격 변신을 시작했다. 이후 1998년 12월 대선에서 좌익정당 후보로 당선돼 다음해 2월 베네수엘라 최연소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이후 헌법 개정을 통해 2000년 재선된 후 2002년 쿠데타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가 살아남은 뒤 한층 더 강력한 권력을 휘둘렀고, 지난해 10월 4선에 성공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빈곤율은 2004년 이후 50% 감소했으며 극빈율도 같은 기간 동안 70% 줄었다. 이 기간 대학 등록 비율은 배로 상승했으며, 수백만명의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봤다. 또 상당수는 무료 임대주택을 공급받기도 했다.
반면 그는 세계 최대 매장량의 석유를 팔아 벌어들인 돈으로 각종 퍼주기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베네수엘라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남겼다. 정부 부채는 2008년 이후 배 이상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바클레이스 리서치는 베네수엘라의 연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20%에 육박하고 있다며 베네수엘라를 전 세계적으로 재정 불균형이 심각한 국가 중 하나로 꼽았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을 제국주의로 규정하고, 미국과 적대전선을 형성한 쿠바ㆍ이란 등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서방국가들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이처럼 엇갈리는 명암 속에 차베스 시대가 저물면서 베네수엘라 정국은 혼돈에 빠지고, 중남미 좌파 정권의 기상도엔 먹구름이 끼게 됐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