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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정장선> 수치스러운 우리 정치
정장선 前국회의원
종합유선방송 인·허가권 논쟁
새 정부 출범 걸림돌로
공영방송 사장 선임방식 개선 등
방송중립안 합의로 난제해결해야





내가 사는 지방에서 만나는 많은 보통사람들은 정말 나라 걱정이 많다. 국민의 정치 걱정, 나라 걱정이야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리고 새로운 정치의 거창한 약속이 아직 우리 귓속을 맴돌고 있는데 정부가 출범조차 못하고 싸우고 있으니 누가 잘하고 못하고 간에 이해가 되겠는가. “정부가 시작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은 너무 소통이 안 돼 걱정이야” 등등 온통 불만과 불안 투성이다. 왜 우리 국민은 정권 시작부터 희망은 없고 정치의 무능을 한탄해야 하는가. 박 대통령과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동굴에만 갇혀 있지 말고 국민이 하루 하루를 어렵게 살면서 정치 걱정까지 해야만 하는 삶의 현장을 가보고 답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비(非)보도 분야 방송통신 융복합은 미래창조과학부의 핵심이고 정치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다고 한다. 야당은 종합유선방송(SO) 인ㆍ허가권을 볼모로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이 사안을 깊이 있게 잘 모를 뿐만 아니라 결국 과거에 보여준 정쟁의 연장으로 보고 있다. 즉 오랜 상호 불신과 비타협 문화의 소산이며, 여기에서 밀리면 더 이상 아무것도 못한다는 자존심 싸움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19대 국회와 박근혜 정부 임기 내 암운이 깔리고 있다. 국회와 새 정부의 관계설정은 초기 6개월이 정말 중요하다. 그 6개월의 분위기가 임기 내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도 대미 쇠고기 협상 문제로 원 구성이 늦어지고 촛불시위로 나라가 시끄럽더니 5년 내내 그랬다. 이명박 대통령도 국민과의 먹통이 임기 내 문제로 지적되었는데 지금 박 대통령은 그때보다 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청와대와 여야는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 야당은 방송 중립에 예민하다. 18대 대선에서도 방송이 중립을 지키지 않아 피해를 많이 봤다고 생각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의 경계심리를 이해하는 바탕에서 이 문제를 풀려고 노력해야 하며, 이것이 대통령의 정치력이라 믿는다.

우리나라 공영방송인 KBS 사장은 방통위에서 결정하지만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다. MBC도, 한전이 대주주인 YTN도 그렇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사장이 바뀌고 기자들이 반발해서 파업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대통령 후보 특보가 방송사장으로 가는 것이 가능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이런 후진적인 시스템은 어느 선진국에도 없고 국가적으로 창피한 일이다. 내가 국회에 있을 때 이런 시스템을 고쳐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했는데 당시 KBS, MBC 사장뿐만 아니라 실세였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공감했다. 영국의 BBC나 일본의 NHK가 사장 임명을 둘러싸고 극한 대립을 하는 것을 보았는가. 야당이 정부조직법을 받아주고 대신 공영방송 KBS와 MBC, YTN 사장 선임 방식 개선 등 전반적인 방송중립안에 여야가 합의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정부가 방송을 장악할 수 있는 구조를 원천적으로 없애면 오해도 풀릴 수 있다. 박 대통령도 후보시절 공영방송 사장 선임 방식을 고쳐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 모든 국민은 축하해주고 또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가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길 바란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난제들을 가득 안고 출범했다.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렵고 엔저 공세로 수출시장마저도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사회갈등은 위험한 수준이고 북핵문제 등 외교 여건도 심각하다. 그리고 박 대통령 공약 중 상당수가 여야의 협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새로운, 통 큰 정치력을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 임기 초부터 청와대와 야당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여당은 무기력한 우리 정치를 보면서, 국가지도자들이 과연 난제들을 해결해낼 수 있을까 걱정하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헤럴드경제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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