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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스마트폰 글로벌 권력 지형 흔들다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스마트폰 혁명은 현실세계에서도 ‘또다른 혁명’을 불러왔다.

스마트폰이 가져온 변화 가운데 사회적 파급력이 가장 큰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활성화다. 몇 년새 급속도로 보급된 스마트폰에 SNS가 탑재되면서 언론통제가 극심한 중국과 아랍문화권에서 억눌렸던 진실이 토해져나오고, 권력 지형마저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과 SNS의 위력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것은 2011년초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휘몰아친 ‘아랍의 봄’ 사태다. 아직도 유혈분쟁이 계속되는 시리아에서는 10대들의 낙서가 민주화운동을 불러왔지만, 반정부시위가 조직화된 것은 반군들이 손에 거머쥔 스마트폰 덕분이다. 지난 2011년말 러시아에서 소련 붕괴 이후 최대규모로 반푸틴시위가 벌어진 것도, 월가 점령 시위에도 한가운데는 스마트폰이 있었다. 스마트폰의 발전과 맞물린 SNS도 파급력을 키우면서, 거대한 철옹성 같던 독재권력에 종말을 고하고 권력지형을 바꾸고 있다.

▶스마트폰, 여론의 재갈 풀다= 시장조사업체가 밝힌 지난해 3분기 중국내 스마트폰 사용 인구는 3억3000만명. 이는 작년초 대비 154% 성장한 수치로 휴대전화 사용자 수가 3억2100만명인 미국을 앞선다. 중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전체 인구의 20% 수준에 불과해 보급률이 80% 가까운 미국시장과 비교해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중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질 수록 사회ㆍ경제적으로 어떤 파급력이 나올지 가늠하기 어렵다.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중국 사회의 명암은 엇갈리고 있다. 언론통제가 심한 중국에서는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SNS가 활성화되면서 감춰졌던 진실과 억눌린 욕구가 분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SNS 등 IT 인프라의 발전은 편리함을 가져다줬지만, 중국 검열 당국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다. 스마트폰은 여론의 재갈을 풀어줬고, 당국에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중국 검열당국은 만리장성과 방화벽의 합성어인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이라는 검열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지만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와 여론을 통제하는데 점점 어려움을 느끼는 실정이다.

올해 초 당국의 검열에 항의해 파업했던 중국 주간지 남방주말(南方周末) 사태에서도 이를 엿볼수 있다. 개혁성향의 남방주말 기자들은 당국이 찍어눌러도 뜻을 굽히지 않았는데 여기에 힘을 보탠 것은 SNS였다. 3000만 팔로어를 거느린 인기 여배우 야오천(姚晨), 오피니언 리더인 작가 한한(韓寒), 유명 배우 천쿤(陳坤) 등이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 기자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나섰다. 외신은 이번 사태가 중국 언론 자유 투쟁에 대한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NS상 여론의 지지와 맞물릴 경우 언론의 자유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 총칼보다 강했던 스마트폰= ‘아랍의 봄’의 진원지 튀니지는 단 한줄짜리 트위터 메시지에서 혁명이 시작됐다. 언론 검열이 심한 튀니지에서 시민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활용해 서로에게 소식을 전하며 시위를 조직화했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SNS에서 정보를 확인하는 시위대는 진압 경찰을 피하며 시위장소를 바꿔가면서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했다. 시민들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찍어서 SNS에 올린 동영상은 중동의 민주화 시위를 전세계에 알리는 대안언론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스마트폰과 SNS는 튀니지발 혁명을 리비아, 이집트, 예멘 등 아랍권 전역으로 전파하는 지렛대가 됐다. 한줄 메시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은 결국 수십년동안 철권통치로 군림하던 리비아와 이집트 등의 독재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스마트폰과 SNS는 미국과 유럽의 사회적 불평등 문제와 러시아 정치 문화에도 경종을 울렸다.

지난 2011년 12월 러시아에서 소련 붕괴 이후 최대 규모로 반푸틴 시위가 벌어진 것은 유튜브에 선거 부정 동영상이 올라오면서 촉발됐다. SNS의 위력이 시위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우리는 99%다(We Are 99%)’라는 구호를 앞세운 월가 점령 시위 한가운데에도 SNS가 있었다. 뉴욕 주코티공원을 점거한 시위대는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았고 연대의식을 공유했다.

지난 2011년 8월 영국 런던의 폭동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영국 정부와 경찰은 SNS를 폭동의 진원지로 지목했다.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며 늘어난 시위대는 경찰을 피하면서 시위를 반복했다. 폭동이 끝난 뒤 영국 정부는 소셜미디어 사용을 차단하는 대책을 세웠다가 강력한 반발에 한 발 물러났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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