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김영화 기자]세계적으로 기업 경영진의 보수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 일로다.
4일 외신에 따르면 스위스가 국민투표로 CEO의 보수를 제한하는 법안을 가결한데 이어 미국, 독일, 영국 등 유럽에서도 은행 등 금융기관은 물론 일반기업에 까지 경영진에 대한 보너스 제한 등 보수규제안이 추진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기업 CEO들의 보수가 높기로 유명한 스위스에선 3일(현지시간)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70%에 가까운 찬성률로 CEO 등 기업 경영진의 보수를 제한하는 주민 발의안이 가결됐다. 이 법안은 스위스에 본사를 둔 외국 기업에도 적용된다. 이른바 배부른 자본가를 뜻하는 ‘살찐 고양이’ 척결을 위한 주민발의 국민투표안은 주주가 CEO 등 경영진의 보수를 승인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번 법안 통과로 스위스 의회는 주주에게 회사 경영진의 모든 보수를 규제할 수 있는 법률을 마련하게 된다. 이 법안에는 기업 인수ㆍ합병 및 매각 성사시에나 임원 퇴직시 지급되는 특별 보너스(이른바 ‘황금 낙하산’)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경영진 보수 규정을 위반하면 최대 6년치 보수에 상응하는 벌금형과 징역 3년의 실형에 처할 수 있다. 스위스 재계는 이런 규제 움직임에 대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 기업의 주주들은 급여에 대한 주주 발언권(Say-on-pay)을 행사해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에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 2007년 마련된 ‘도드-프랭크의 월스트리트 개혁과 소비자 보호법’에 따른 것으로, 임원 보수에 관해 표결로 의사를 표시할 수 있지만, 구속력은 없다. 독일 기업들도 경영진의 임금을 정하는 데 주주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으나 강제 조항은 아니다. 임원의 개별 보수를 공개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 미국에서는 연봉 10만달러(약 11억원)를 넘는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연봉이 가장 많은 상위 3명만 공개토록 하고 있다. 일본은 1억엔(약 11억5000만원) 이상을 받는 임원 보수를 공개한다.
한편 금융회사에 대한 보너스 등에 대한 규제움직임도 활발하다. 유럽연합(EU)은 금융회사 임직원들의 보너스를 기본 연봉의 100% 이내로 제한하기로 1일 결정했다. 회원국 과반수가 그 규제안에 동의하면 보너스 제한은 EU 법이 된다.
EU는 한 술 더 떠 사모펀드(PE)와 헤지펀드 보너스도 규제할 요량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사모펀드 등을 제어하기 위해 EU가 별도의 법규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금융회사의 트레이딩을 규제하는 길을 택했다. 금융회사가 고객의 돈이 아닌 자기자본으로 머니게임을 벌이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