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이탈리아 총선에서 제3당으로 부상한 ‘오성운동’의 베페 그릴로 대표가 연립정부 참여를 요구하는 민주당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에 따라 최종 조율에 실패할 경우 재선거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그릴로 대표가 트위터를 통해 “연정구성에 나서지도 않을 것이며, 중도좌파나 중도우파 어느 당이 이끄는 연정에 대해서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릴로는 반긴축정책과 탈유로를 외치면서 긴축과 경제난에 염증을 느끼는 이탈리아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 중앙정치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긴축정책을 지지하는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의 중도좌파 민주당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자유국민당은 각각 제1당, 제2당이 됐지만, 과반의석수를 달성하지 못해 연립정부를 구성해야하는 실정이다. 오성운동은 상원 315석 가운데 54석을 확보해, 1당과 2당으로 나눠진 의회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
그릴로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베르사니를 정치 스토커”라고 비난하면서 “민주당은 지난 며칠 내내 제안을 내놓으면서도 자신의 권한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베르사니의 민주당은 26일 정치개혁과 부패척결 등 정강을 내걸고 제2당과 제3당에 연정 구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반긴축을 외치는 베를루스코니 이날 민주당의 연정 구성 제안에 정책조율이 불가능한 연정에는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베를루스코니에 이어 그릴로마저 연정 참여를 거부함에 따라 재선거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연정이 구성되더라도 양원에서 표결을 거쳐야하는 만큼, 오성운동이 이를 거부하면 연정 구성은 불가능하다.
이탈리아가 연정 구성이 난항을 겪으면서 지난해 정부 구성에 실패해 재선거를 실시한 그리스의 전철을 밟을 공산이 커졌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 의견이다.
한편, 이탈리아 재선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전일 이탈리아 증시는 5%가량 급락했고, 국채 금리는 소폭 상승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