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이탈리아 정국이 극도의 혼란에 빠진 가운데,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 등이 연립정부 구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정당들이 내각 구성 자격을 얻지 못한데다 정치성향마저 크게 달라 연정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민주당 대표가 소연정을 구성하기 위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자유국민당 등 다른 정당과의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2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베르사니는 3월말 새 정부 출범시한까지 각당 대표들을 만나 연정 구성을 위한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총선 개표 결과 긴축정책을 지지하는 중도좌파 민주당은 12만 5000표 차이로 하원 과반의석을 차지했지만, 전체 315석인 상원에서 121석에 그쳐 단독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결국 연정 구성이 불가피해졌는데, 마리오 몬티 총리의 중도 연합과 의석을 합쳐도 131석에 불과해 과반인 158석에 미치지 못한다.이에 다른 정당과의 연대는 필수적이다.
현재 논의되는 연정 구성 시나리오로는 민주당이 몬티의 중도연합,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의 5성운동 등과 일정기간 과도정부를 구성해 5월 의회에서 후임대통령을 선출하고 6월에 재선거를 실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다른 방안으로 민주당과 중동연합이 연정을 구성하고, 기성정당과의 연대를 거부한 5성 운동이 내각에는 참여하지 않는 정책연대 형식이 논의되고 있다.
가장 가능성이 희박한 시나리오는 1,2위 정당인 민주당과 자유국민당의 대연정이다. 양당이 지향하는 정책 노선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FT에 따르면 베르사니는 개표결과 발표 직후 연정구성의사를 밝혔으나 베를루스코니 측은 참여 가능성을 배제했다.
자유국민당 측은 FT에 “민주당 측 제안을 검토했으나, 몬티 총리 진영과의 연정에는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탈리아 연정 구성이 수주일이 걸릴 것이며, 조율에 실패할 경우 재선거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지난해 정부 구성에 실패해 재선거를 실시한 그리스처럼 이탈리아 정국이 회생조짐을 보이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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