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이탈리아가 다시 벼랑끝에 섰다. 이틀동안 치러진 총선 결과 안정적인 정부 구성이 불투명해지면서 정정 혼란은 불가피해졌다. 이탈리아 경제 개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총선 결과에 유권자들의 반긴축 정서가 강하게 표출되면서, 이탈리아의 긴축정책도 역풍을 맞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이탈리아 정국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우려된다면서 이번 총선 결과의 배경에는 긴축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이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외신은 총선 결과 이탈리아 민심이 사실상 세 갈래로 찢어졌다고 지적했다. 선거결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자유국민당과 베페 그릴로의 ‘오성(五星)운동’이 약진하면서 마리오 몬티 총리가 이끄는 중도 연합과 민주당의 연대는 고전했다. 이들이 양원을 장악해 정부를 구성하지 못한다면 몬티 총리의 경제 개혁을 계승하겠다는 공약도 이행하지 못하게 된다.
이같은 선거결과는 이탈리아 유권자들의 긴축정책에 대한 뿌리깊은 반감이 큰 몫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탈리아 국민 대다수가 이번 총선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요구한 경제개혁과 긴축정책에 거부감을 강하게 드러냈다”고 25일(현지시간)보도했다.
FT는 몬티 총리가 막바지 선거 유세기간 동안 긴축정책을 완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지만, 이는 베를루스코니와 그릴로가 강조한 반긴축 공약에 대응하기에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각종 추문에 휩싸였던 베를루스코니는 세금 감면이라는 선심성 공약으로 막판 선거판을 뒤흔들었다. 그릴로의 정당도 유로존 탈퇴를 주장해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이들은 민생회복이란 공약을 내걸면서 혹독한 긴축정책에 염증을 느낀 민심을 파고 들었다. 즉 이들의 선심성 공약이 재정위기에 신물난 이탈리아 유권자들의 분노와 좌절의 출구가 됐다는 평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위기로 ‘잃어버린 세대’가 된 40대 유권자들이 오성운동 돌풍의 주역들이라고 분석했다.
엔리코 레타 민주당 부대표는 FT에 “출구조사결과대로라면 베를루스코니와 그릴로를 지지하는 이탈리아 국민이 무려 55~60%나 된다는 뜻”이라며 “유로화와 독일을 반대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시장은 유로존 3위 경제대국의 정정혼란이 재정위기의 뇌관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잇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이탈리아가 유로존의 눈높이에 맞는 경제개혁을 이행할 수 없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최근 채권시장에서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급등 중이다. 미국과 유럽 증시도 총선결과가 나오면서 급락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