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 우려로 그리스를 빠져 나갔던 외국 자본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국 자금의 회귀는 지난 3년 동안 재정위기에 허덕이던 그리스에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시장은 보고 있다.
WSJ는 그리스 증시 분석을 인용해 2012년 하반기 그리스에 외국 자금이 1억900만유로가 유입됐으며, 지난 1월 2760만유로가 추가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이에 아테네종합지수(ASE)는 지난해 33.4% 급등해 유럽 증시에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ASE는 올 들어서도 10.51% 추가 상승해 지수는 지난주 말 1003.32에 마감됐다.
이와 함께 그리스 국채 수익률도 떨어져 2010년 말 수준으로 회복해 그리스의 자금조달 비용도 크게 줄었다. 이에 그리스 기업도 3년 만에 처음으로 채권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WSJ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란 비관론이 사라지면서 그리스 경제에 대한 평가가 6개월 전부터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재정적자는 129억유로로 전년 197억유로에 비해 감소했다. 또 유럽연합(EU) 등이 지난해 12월 492억유로의 구제금융을 그리스에 지원하고, 국채 환매를 통해 약 400억유로의 채무 부담을 덜어주기로 합의한 것도 시장 신뢰 회복에 한목했다.
헤지펀드인 VR캐피털그룹의 리처드 데이츠 회장은 WSJ에 “그리스 투자 기회를 계속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도 투자처로서 그리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국적 기업 필립모리스는 그리스 시장 회복을 겨냥해 300만유로가 투입되는 공장을 짓고 있으며, 유니레버도 110개 품목 생산설비를 서유럽 국가로부터 그리스로 옮기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유니레버 그리스 책임자 스피로스 데실라스는 WSJ에 “위기가 끝나면 투자가 결실을 맺을 것”이라면서 “그리스가 이제 매력적인 외국인 직접투자(FDI)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WSJ는 그리스를 둘러싼 정치ㆍ사회적 불안요소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그리스 경제성장이 올해도 마이너스 4.5%로 예상되고 있고, 실업률 역시 27%로 고공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변수도 불안하다. 또다른 재정위기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정정불안 등으로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재정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