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화 기자]미국의 양적완화 조기 종료 우려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국제 유가와 증시가 동반 하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출렁였다.
경기 부양을 위해 매달 850억달러씩 달러를 풀고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지나친 채권 매입에 따른 금융 안정성 저해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일(현지시간) 공개된 연준의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다수의(a number of)’ 회의 참석자들이 양적완화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회의에선 ‘몇 몇(several)’ 의원들이 연말 전에 매입 규모 축소 내지 중단을 주장했었다. 여기서 ‘다수’나 ‘몇몇’은 애매한 표현이지만, 이와 관련해 21일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월 회의에선 전달보다 속도조절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연준내 이같은 기류 변화는 채권 매입에 따른 장기 금리 하락이 장단기 금리 불균형 등 왜곡 현상을 끌어낸다는 우려 탓이다.
아울러 달러 살포가 연준 재무제표에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지난해 연준은 6000억달러 규모의 2차 양적완화를 단행해 1월 4일 현재 연준의 재무제표상 총자산 규모는 2조9200억달러에 이른다. 연준이 현 규모의 채권 매입을 지속할 경우 올해 총 1조1400억달러 어치 채권을 사들이게 된다. 따라서 연말 연준의 총 자산 규모는 4조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데이비드 켈리 JP모건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경제지표들이 양호한 수준을 보인다면 중앙은행이 양적완화 조치를 연말이나 내년초까지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제로금리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의 양적완화가 조기에 종료될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유로, 엔 등 주요국 통화 대비 가치가 상승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자 뉴욕상업거래소의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전날 보다 2.3% 급락했다. 뉴욕 증시에선 다우지수가 다시 1만4000선 아래로 밀리고, 나스닥과 S&P500지수는 각 1% 넘게 빠졌다.
반면 연준의 가장 큰 관심은 고용시장이기 때문에 목표한대로 양적완화를 이어갈 것이란 의견도 여전하다. 지난해 12월 실업률이 7.8%로 시장 예상을 상회한 만큼 연준이 기존 통화팽창 정책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연준은 현재 매월 450억달러의 재무부 채권과 400억달러의 주택저당채권 등 850억달러어치를 사들이며 시장에 돈을 풀고 있다. 이를 통해 장기 금리를 끌어내려 경기를 진작시키겠다는 의도다. 연준은 양적완화 종료 시점을 구체적으로 못박진 않았지만, 인플레이션율이 2.5%를 밑돌고, 실업률이 6.5%로 하락할 때까지라는 전제 조건을 단 바 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