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예산 자동감축 열흘 앞으로
실직위기 공무원들 대책요구 회견
오바마, 합의안 도출 우회압박
공화 “협상보다 골프 혈안” 비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당장 열흘 앞으로 다가온 연방정부의 대규모 예산 자동 삭감, 즉 ‘시퀘스터(sequester)’를 회피할 합의안을 도출하라고 미 의회에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시퀘스터가 발동되면 해고위기에 처할 수 있는 소방수와 경찰 등 17명의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퀘스터 방지를 위한 대책을 요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퀘스터 발동으로 인한 자동 삭감은 “고기 칼로 예산을 마구 절단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하면서 “미 의회가 협력해서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로 야만적인 시퀘스트레이션이 다음주 금요일 발동하게 됐다”고 비난했다. 또 시퀘스터로 인해 미군의 안보 태세가 위태로워지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교육ㆍ에너지ㆍ약학 연구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3월 1일까지 매일 이렇게 시퀘스터로 실직위기에 놓인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참석한 기자회견을 열어 협상안 도출을 압박할 계획이다.
하지만 야당인 공화당의 반응은 차가웠다. 에릭 캔터 하원 원내 대표의 대변인인 더그 헤이는 “대통령은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하면서 정작 공화당 의원보다는 타이거 우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비판의 글을 즉시 트위터에 올렸다. 지난 주말 플로리다의 한 골프장에서 우즈 등과 사흘간 골프를 치며 휴가를 보낸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복귀 첫날 야당을 비난할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다.
예산 협상의 열쇠를 쥔 존 베이너 하원 의장은 오바마의 기자회견에 대해 아예 별다른 언급 없이 “공화당이 두 번이나 증세에 합의해줬는데 인제 와서 또 세금 인상을 요구하느냐”는 성명서만 내놓는, 냉소적인 자세를 보였다.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 대표는 소방수 등을 대동한 기자회견 방식이 정략적이라고 비난했다.
CNN방송 등 주요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양측이 모두 협상을 위한 접촉은 전혀 시도하지 않고 언론 포장용 명분싸움만 하고 있어 3월 1일 시퀘스터 시작 이전까지 합의안을 도출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퀘스터가 시작되면 연방정부 공무원이나 연방정부 조달기업들의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백악관과 공화당이 실제 예산 삭감이 발효되는 오는 3월 27일 이전에 막판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지희 기자/j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