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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 김화균> 中企 ‘힐링 리스트’ 를 만들자
단기적으로 중소기업의 당면 현안인 경영애로 타개를 위한 실효성있는 대책 리스트를 만들자. 여기에 실행방안을 넣자.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들자.






지난 토요일, 가족과 함께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를 찾았다. 1박2일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동해안의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낙산사 템플스테이는 완벽한 ‘힐링캠프’였다. 늦은 밤, 파도소리만을 들으며 1시간여를 느릿느릿 걷는 행선(行禪ㆍ걸어다니며 하는 참선)부터 묵언수행, 명상까지.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느림과 버림의 미학을 체험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인상적인 것은 이른 새벽 진행한 108배. 절 108번 하는 게 뭐 그리 어려우랴. 자만심이 들었다. 하지만 고역이었다. 고작 10번 정도 절을 했을까. 종아리가 당기고 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50번을 넘는 순간 숨이 차올랐다. 꾹꾹 참아가며 60번을 겨우 넘겼다. 순간 이상했다.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마지막 108배를 알리는 목탁소리는 마음마저 편하게 만들었다.

과연 108배를 하게 한 힘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봤다. 우선 도반(道伴)의 힘이었다. 도반은 함께 도를 닦는 벗을 말한다. 스님의 목탁 소리에 맞춰 함께 절을 올리는 그들의 호흡 소리. 그 속에는 ‘어렵고 힘들지만 함께하자’는 격려의 속삭임이 담겨져 있었다. 만약 혼자였다면 108배가 가능했을까.

무엇보다 울림이 컷던 것은 108배 참회문이다. 절을 한 번 할 때마다 108개 문구로 된 참회문 한 구절 한 구절을 읊었다. 부모님, 가족, 친구 등 나와 부대끼는 사람에 대한 미안함, 분노, 무시, 어리석음, 시기, 비겁함 등 마음 속 병의 상징어들. 이리도 반성할 게 많았단 말인가. 108배 참회 리스트를 매일 되새기고 실천한다면 세상에 죄지을 일이 없을 듯 싶었다. 108배 참회문, 그 디테일한 리스트 속에 악마가 아닌 부처님이 자리하고 있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우리 중소기업은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 대한상의가 19일 내놓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기 10곳 중 2곳은 연내 한계상황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 10곳 중 6곳은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 이런 점에서 이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중소기업의 만남은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만남의 이름은 ‘손톱 밑 가시뽑기 힐링캠프’다. 인수위는 중기가 제시한 229개 손톱 밑 가시에 대한 선별 처리 방침을 밝혔다.

중소기업은 경제의 뿌리다. 박근혜 정부는 어느 때보다도 이 뿌리에 대한 강한 지원을 거듭 약속하고 있다. 이날 만남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첫 출발점이다.

필자는 차제에 108배 참회록처럼 중기 힐링 리스트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역대 정부는 취임 초기엔 어김없이 중기 살리기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각종 지원책, 규제 완화책을 내놓고 뻑적지근한 행사도 가졌다. 하지만 번번이 공염불에 그쳤고, 여전히 우리 중기는 어렵다.

일단 단기적으로 중소기업의 당면 현안인 경영애로 타개를 위한 실효성있는 대책 리스트를 만들자. 리스트는 구체적일수록 좋다. 여기에 실행방안을 넣자.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들자. 그리고 108배를 하듯 그 리스트를 하나하나 새겨가며 실천해 나가자.

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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