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공식화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EU와 미국 간 FTA를 성사시키기 위한 실무 그룹은 지난 2011년 말에 구성됐다. 하지만 그간 협상에 별 진척이 없었던 것은 농산물과 섬유 부문에서 시각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여기에 양측의 교역품에 대한 각종 규제와 기준이 워낙 까다롭고 복잡해 조율이 어렵다는 점도 협상 추진에 걸림돌로 꼽혀왔다.
또한 미국은 EU의 회원국이 워낙 많아 협상 중 한 국가라도 이견을 나타내면 협상이 물거품이 될 것을 우려해 EU에 비해 협상에 덜 적극적이었다. 미국의 태도가 다소 적극적으로 바뀐 것 외에 예전 상황과 크게 달라진 바 없어 협상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농업 부문이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농업 부문의 EU 수출에 깐깐한 EU의 건강ㆍ안전관리법안이 협상 시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미국은 그동안 유전자 변형 식료품과 가금류에 대한 염소 소독, 축산업계에서 사용되는 성장촉진제와 관련해 EU의 강력한 제재에 직면해 있어 양측 간 갈등이 고조된 상태다.
또 지난해 EU는 일본과 비슷한 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자동차 업체를 설득하는 데 무려 4개월이나 걸렸던 만큼 이번 미국과의 협상에도 업계와의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국제 문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워낙 민감한 이슈가 많아 세부협상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면서 결국 협상 타결의 범위가 매우 좁아져 별다른 협상 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FTA가 추진되면 세계무역기구(WTO) 산하의 다자간 FTA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는 만큼 각국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 것인지도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EU는 미국과 FTA를 추진하는 것과 병행해서 일본, 캐나다 등과도 FTA를 추진하고 있다. 또 몰도바, 조지아, 모로코, 튀니지, 이집트, 요르단, 아르메니아 및 남미 국가들과도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