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지수 석달새 30% 급등
유럽 수출기업은 실적악화 울상
최근 엔저 현상으로 일본 주식시장에 외국인 자본이 몰리는 등 ‘바이재팬’ 붐이 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보도했다. 장기침체로 한때 투자자들의 늪으로 불렸던 일본 증시가 엔화 약세로 인해 투자 매력이 높아지자 투자금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랠리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일본 경기 회복에 대한 지속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WSJ에 따르면 아베 신조 정권이 엔저정책을 유도하면서, 일본 닛케이지수는 최근 석 달 새 30% 가량 급등했다. 헤지펀드 등 투자자들이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정책 실행과 일본 주요 기업들의 저평가 등을 근거로 일본 증시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증시는 1990년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주가가 80%가량 폭락했고, 지난 몇 년 동안 엔화 강세로 수출산업이 타격받으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무덤이 됐다. 지난 2009년 초 닛케이지수는 최저치로 곤두박질쳐 한때 4만 선에 육박했던 지수는 1만 선을 내내 밑돌았다.
하지만 최근 아베 정부의 엔화 약세는 반전을 가져왔다. 엔저가 견인한 일본기업의 실적 호조는 일본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베 정부가 엔저정책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인 지난 석 달 동안 엔화가 14% 가량 하락한 가운데 닛케이 지수는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정부의 엔저정책이 투자자들이 엔화는 팔고 일본 주식을 사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일본 주식을 사는 동시에 엔화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헤지를 할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수 있는 적기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바이재팬’ 랠리가 이어지려면 일본경기 개선에 대한 뚜렷한 징후가 더 나와야 할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캠벨 건 T로우프라이스 일본 증시 투자전략가는 WSJ에 “투자자들은 엔저와 일본 증시 강세 현상이 오랫동안 유지되리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투자를 할 수 있는 (일본 경기 회복에 대한) 명백한 징후가 나올 때까지 관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몇 년 동안 일본 증시에 덴 투자자들이 반짝 경기부양을 믿고 베팅을 하기에는 무모하다는 의견도 내놓는 등 섣부른 기대감을 경계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BNY 멜론애셋 매니지먼트의 사토시 니시모토 국내 연기금 투자 본부장도 WSJ에 “향후 견고한 모멘텀에 대한 확신이 들 경우 연기금 투자규모를 키우겠지만, 아닐 경우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