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김영화 기자]오는 7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면서 이는 미국의 EU측의 협상 결단력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라고 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지난 1년여간 작성된 정상회담 성명 초안이 이번주 EU 회원국들에 배포됐으나 아직 미진한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양국 공동연구 그룹은 지난해 12월 FTA 협상 개시를 승인하고, EU 외교 관계자들이 이번 주 정상회담용 보고서를 확인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EU와의 힘겨운 협상을 예상해 신중한 접근법으로 협상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부의 마이크 프로먼 국제 경제 부문 수석 자문은 “우리는 유럽인들이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에 우리만큼 진지하다는 확신이 들 때 FTA 협상을 진전시키기 원한다”면서 “10년여간 이어질 미지의 여정을 시작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과 EU는 FTA를 통해 성장 진작과 중국 견제의 두 토끼를 잡겠다는 심산이다. 미국ㆍEU FTA가 성사되면 세계 양대 시장이 하나로 통합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두 지역 국내총생산(GDP)은 33조2600억달러(약 3경5500조원)에 이른다. 유럽국제정치경제연구소(ECIPE)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ㆍEU FTA가 성사되면 미국과 EU의 GDP가 각각 1.33%와 0.47%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효과에도 협상에 별 진척이 없었던 것은 농산물과 섬유 부문에서 시각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미국ㆍEU FTA 추진에 관여해 왔던 클리프 스턴스은 “미국인들은 유럽과의 FTA 체결이 반드시 승리가 될 것으로 여기기 않는다”면서 “협정이 성사되려면 대통령의완전한 헌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브뤼셀에 위치한 씽크탱크 브루겔의 안드레 사피르 무역 담당 경제 분석가는 “유럽 지도자들의 열정이 우리를 오도하고 있다”면서 “금융부터 식품 안전에 이르기까지 까다로운 규제 이슈가 많아 FTA를 추진하려는 정치적 동기만으로 중대한 경제적 딜을 이뤄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FTA 체결로 우리가 치러야 하는 큰 대가를 극복하려면 거대한 단일시장을 형성해야 하는데 미국이나 EU가 이것을 하려는 정치적 의지를 지닌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