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유로존(유로화 가입 17개국) 은행들의 단일 감독권을 부여받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수장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고국발 스캔들로 부담을 안게 됐다.
이탈리아 중앙은행(BoI) 총재 재임시절 자국 은행인 ‘몬테 데이 파스치 디 시에나(MPS)’의 부정 의혹에 부실 대응을 했다는 문제제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5일 “고국에서 1000km 떨어진 곳의 한 이탈리아인(드라기 총재)도 MPS 파문으로부터 흙탕물이 튈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이 같이 전했다.
FT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하고 나서 바로 이탈리아 밀라노로 향했다. 의회의 MPS 청문회 이전에 비토리오 그릴리 재무장관을 만나 사태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두고 FT는 “(드라기 총재는) ECB가 MPS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싸움에 휘말리지 않을까 분명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지금 시점에서 드라기 총재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은 이제 막 초석을 놓은 ECB의 은행감독체제에는 “최악의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으로 꼽히는 MPS는 지난 2007년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경쟁은행 안톤베네타를 인수하고 파생상품 거래로 7억2000만 유로의 손실을 봤음에도 정부로부터 특혜성 구제금융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달 BoI은 MPS에 대해 39억 유로(5조7400억원)의 구제금융을 승인했다. 여기에 BoI 조사관들이 이미 2010년 MPS의 미심쩍은 파생상품 거래를 포착했음에도 제재를 건의하거나 공론화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때문에 2006년부터 2011년까지 BoI 총재로 재임했던 드라기에게도 화살이 돌아갔다. 드라기 총재도 당시 조사관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열람하는 등 수상한 정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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