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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명품백
‘명품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루이비통 160여년의 역사가 어린 소년의 도전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14살의 루이비통은 먼 곳, 파리를 꿈꿨다. 무일푼으로 2년 걸려 걸어서 도착한 파리에서 그는 한 포장회사에 견습생으로 들어간다. 거기서 소년은 귀부인들의 여행용 짐을 꾸리는데 탁월함을 발휘했다. 루이비통이 자신의 가게를 갖게 된 건 33살. 마차 위에 트렁크를 차곡차곡 쌓는데 불편했던, 당시 반타원형 트렁크 대신 뚜껑이 편평한 트렁크로 그는 여행가방의 역사를 새로 썼다.

오늘날 펜디의 명성을 만들어낸 일등공신은 바게트백이다. 프랑스 바게트 빵처럼 옆구리에 끼기 편한 부드러운 소재와 납작하고 작은 사이즈는 이전 핸드백의 이미지를 바꿔 놓았다. 무엇보다 수백가지의 다양한 컬러와 수공예적 요소는 1990년대를 풍미한 미니멀리즘의 반역이었다. 그럼에도 패셔니스타들은 열광했다.

명품임을 과시하는 로고나 아이콘, 장식 하나 없어도 딱 보면 아는 명품백이 있다. 보테카 베네타다. 가죽 줄을 꼬아 하나하나 엮은 보테카 베네타의 모토는 “당신의 이니셜만으로 충분해”. 앤디 워홀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이 가방을 산 뒤, 이 가방을 위한 단편영화를 만들었다는 얘기가 전한다.

에르메스의 주가를 높인 버킨백의 탄생일화 역시 회자된다. 1984년 런던발 파리행 비행기 안, 당시 장 루이 뒤마 에르메스 회장과 제인 버킨이 나란히 앉게 됐다. 그때 여성들이 흔히 겪는 일이 제인 버킨에게 일어났다. 립스틱이라도 꺼낼 참이었는지 가방 속을 뒤지다 소지품을 모두 쏟고 만다. 민망한 제인 버킨을 위해 루이 뒤마는 속 주머니 달린 가방을 만들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회색 토드백이 최근 화제다. 문제는 브랜드가 아니라 가방이 새로움을 담고 있느냐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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