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함 · 품격 뒤로 패션산업 살리고 정치 메시지 전달
퍼스트레이디룩은 당대 패션아이콘이다. 국가 경제와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퍼스트레이디 못지않게 로열패밀리들도 패션을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는 도구로 활용한다. 캐서린 미들턴<사진> 왕세손비는 영국 디자이너의 옷을 즐겨 입어 패션으로 ‘산업’을 살리고, ‘정치’를 한다. 영국 언론은 미들턴이 앞으로 영국 패션산업에 영향을 크게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들턴의 남다른 패션감각은 패션리더로 불렸던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차별화될 만큼 돋보인다. 장소와 시간, 목적에 따라 옷을 잘 골라 입는 데다 대중적인 브랜드를 잘 배합해 수수하지만 품격 있는 패션을 선보인다는 평가다.
미들턴은 영국 브랜드를 즐겨 입으며 영국인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국인들은 그녀의 시어머니 다이애나 못지않게 미들턴을 아낀다.
미들턴은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 중 버버리와 멀버리, 알렉산더매퀸 등을 골고루 소화하면서 중저가 기성 브랜드도 적절히 배합한다. 미들턴은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 중 알렉산더매퀸을 입을 때 가장 빛난다는 평이다. 결혼식 당시 알렉산더매퀸의 수석 디자이너 사라 버튼이 만든 고혹적인 웨딩드레스는 패션계의 찬사를 받았다. 사라 버튼은, 지난 2010년 자살한 세계적인 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의 수제자로, 미들턴은 사라 버튼, 브루스 올드필드, 재스퍼 콘란 등 3명의 디자이너 중에 최종적으로 사라 버튼의 디자인을 택했다.
2011년 6월 아프가니스탄 참전용사들을 위한 메달 수여식에서 입었던 알렉산더매퀸의 더블브레스트 코트도 최고의 패션으로 꼽힌다. 주문 제작된, 무릎길이의 푸른색 코트는 같은 색깔의 하이힐과 조화를 이뤘다는 평이다.
‘신데렐라 스토리’를 만들며 왕실에 입성한 미들턴과 영국 윌리엄 왕세손을 이어준 만남도 패션쇼장에서 이뤄졌다. 지난 2002년 세인트앤드루스대에서 열린 자선패션쇼에서 미들턴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시스루드레스를 입었다. 이날 밤 쇼를 지켜보던 윌리엄 왕세손이 미들턴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졌다. 두 사람을 맺어준 드레스는 샬럿 토드라는 브리스틀의 웨스트잉글랜드대 디자인 전공 학생이 만들었으며 검은색 속옷과 망사로 된, 상당히 도발적인 스타일이다. 당시 5만원에 제작된 미들턴의 드레스는 경매에서 1억4000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