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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칼럼> 중장년의 모바일 혁명 - 주원 KTB투자증권 대표이사
작년 가을 금융기관 대표들이 터키 증권업협회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일정 중간중간에 대표들은 스마트폰으로 회사에서 온 이메일과 문자를 확인하며 업무를 봤다. 가는 곳 마다 우리 일행을 보면 “코리아! 갱냄 스따일”을 외치는 터키 청년들 앞에서, 손에는 한국산 스마트폰을 들고 광속(?)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자부심을 누렸다. 다만 50대 중반 이상 사장님들 상당수는 전화와 문자 서비스 등 기본 기능 외에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에 대한 활용도가 높지 않아 보였다. 스마트폰을 통해 SNS를 체크하고 사진을 올려대는 신세대 ‘흉내질’은 필자 혼자만 한 듯 하다.

하지만 놀란 것은 일행 대부분이 최근 유행하는 카카오톡은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단순 문자 대화만 하는 게 아니라 짬을 내 메신저와 연결된 게임을 하곤 했다. SNS는 스마트폰을 통해 하지 않지만, 메신저 게임은 열심히 한다는 얘기다. 직원들이 보내준 게임 아이템을 이용해 즐거워하면서, 젊은 친구들 보다 점수를 더 올리기 위해 열심히 게임을 한다. 사실 필자는 SNS 과다 사용자로서 피로를 느껴 모바일 메신저에 연동되는 게임은 해볼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결국 돌아오는 귀국길 공항에서 애니팡과 드래곤 플라이트 같은 유행 게임을 다운 받아 직원들과 함께 즐기기 시작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나는 주변에 단언했다. 스마트폰으로 SNS는 안 해도 카카오톡은 하는 50대 이상의 중장년층 현상을 감안 한다면 대선에서 분명 기존 SNS보다 모바일 전용 메신저의 영향력이 상당히 클 수 있다는 것이었다. 대선 당일 나는 모바일 메신저로 선거 체험담과 선거 독려를 하는 선후배들과의 그룹 채팅으로 바빴다. 누구를 뽑으라 말하지 않아도, 투표장 앞에서의 인증샷을 올리지 않아도 짧은 대화 내용은 훨씬 설득력 있게 와 닿았던 것이다.

같은 메신저 상에서도 일대일 대화보다는 동질성을 나누는 그룹 채팅이 위력적일 수 밖에 없다. 이는 자기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뿌리고, 부정확한 정보가 넘쳐나는 트위터와는 다른 소통 혁신이다. 대화 상대방과의 친밀도가 높은 페이스북은 괜찮은 편이지만, 집단 지성을 통해 문제를 걸러낼 수 있다는 트위터는 여러 부작용을 유발하며 사용자들의 회의와 피로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집단’은 있는데 ‘지성’은 안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중장년층 조차 쉽게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주식투자 부문에서도 모바일 시스템(MTS)을 통한 주문 비중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작년초 개인의 주식 거래 대금 중 10% 수준이었던 MTS 주문은 작년 12월 15%로 급증했다. 과당 경쟁탓에 증권사들은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신규 투자를 위한 비용 부담만 늘었지만 어쩔 수 없는 형국이다. 전화 주문의 경우 수수료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증권사 수익 측면에서는 MTS보다 긍정적이지만, 증권회사 콜센터를 통해 들어오는 전화 주문 비중도 하락 추세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컴퓨터 마우스를 클릭하는 과거의 손가락 혁명은, 이제는 중장년층이 스마트폰 액정 화면을 눌러대는 새로운 손가락 혁명으로 발전했다. 더욱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풍부한 중년들의 손가락은 투자금융업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증권 관련 뿐 아니라 모바일과 관련된 모든 산업은 총체적인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원해야 할 부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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