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초청 연주회…현대重 오케스트라 최경식 단장
“맞춤형 공연 무대와 관중석 마련평생의 추억이라는 말한마디 뿌듯”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평생 한 번뿐일 수도 있는 추억을 만들어드렸을 때는 정말 뿌듯했죠.”
현대중공업 ‘HHI오케스트라’는 단지 음악을 즐기기 위해 모인 여느 오케스트라들과는 다르다.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공연을 열여 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상생’의 첨병이다.
이를 이끌어가는 게 최경식<사진> 단장이다. 최 단장은 취미인 음악으로 봉사를 하자는 생각에 2011년 7월 HHI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오랜 준비 끝에 지난달 11일 울산 한마음회관에서 처음 연 공연의 관객도 장애인이었다. HHI오케스트라는 울산 동구 장애인봉사후원회의 후원을 받는 장애인 30여명과 봉사단원 100여명을 초청해 창단연주회를 했다.
최 단장은 “장애인들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면서 “공연 관람권을 준다고 해도 공연장이 불편하게 돼 있고, 복장 같은 부분도 신경 쓰여 가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최 단장은 문화에 소외된 계층에 먼저 다가가는 연주회를 기획했다. 장애인들이 부담 없이 와서 편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맞춤형 무대와 관중석을 마련했다. 연주회에 온 관객들은 “평생에 한 번도 갖기 힘든 기회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며 즐거워했다.
최 단장이 HHI오케스트라를 만든 배경에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와 협력사 간에 음악으로 하나가 될 기회를 조성하려는 취지도 있었다. 현대중공업그룹 임직원이나 협력사 직원은 누구든 HHI오케스트라에 가입할 수 있으며, 악기를 전혀 다루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문을 활짝 열어뒀다. 전문 트레이너가 있어 기초부터 배우며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최 단장은 “악기를 다룰 줄 모른다고 배제하지 않고 조금 늦더라고 다 같이 끝까지 함께 가려고 한다”면서 “중공업계에는 음악이나 문화에서 소외된 사람이 많은데 관객뿐 아니라 참여하는 이들에게도 문화를 접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5~60세의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된 단원들은 오케스트라를 통해 삶의 활력도 찾고 보람도 느끼고 있다. 윤광희 현대중공업 경영지원본부 협력사지원부장은 “월요일마다 오케스트라 연습이 있는데 음악을 하러 간다는 설렘에 ‘월요병’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최 단장은 “웬만한 대기업에는 다 오케스트라가 있다”며 “우리는 후발 주자이지만 그중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5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연습실을 구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라며 “연습실 문제가 해결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