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지희기자]척 헤이글 미국방장관 지명자가 31일 상원 인준 청문회 첫날 친정식구였던 공화당 의원들에 난타를 당했다.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가진 청문회에서 공화당 의원들은 과거 같은 당 동료였던 헤이글 전의원(공화 ㆍ네브래스카)이 사사건건 당의 입장에 반대했던 것에 대한 분노를 되새기는 듯 공세를 퍼부었다.
같은 베트남 참전 용사이자 한때 절친이었던 존 매케인(공화 애리조나) 상원의원은 헤이글 전의원이 지난 2007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이라크전 증파 결정에 반대한 점을 들추며 "당신 입장이 옳았는지 틀렸는지 예(yes), 아니오(no)로 답하라"고 다그쳤다.
“역사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헤이글 지명자는 비켜나가려 했으나 매케인 의원은 역겹다는 투로 “역사는 이미 당시 결정에 판단을 내렸다. 당신은 잘못된 쪽을 편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헤이글 지명자도 지지 않으려는 듯 “이라크전에 병력을 더 투입해 1200명의 목숨을 잃게 할 가치가 있었는지 불분명하다”고 반박해 청문회장에 팽팽한 긴장감이돌기도 했다.
매케인 의원은 " 나는 당신 인준을 반대한다"고 드러내놓고 적개심을 보였다.
마치 피고인 재판 분위기를 방불케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미언론들은 헤이글 지명자에 대한 인준 자체가 거부되지는 않겠지만 청문회에서 과거 동료 의원들의 분노를 감내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장관 인준은 상원에서 다수결로 가결되지만 단 한 명이라도 인준에 반대해 ‘유보(hold)’ 조처를 해놓으면 대통령도 임명을 강행할 수 없다.
한편 헤이글 지명자는 자신의 과거 유대인 로비 그룹에 대한 비난 발언의 심각성을 감안한 듯 이날도 자신의 발언을 후회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그동안 이스라엘 이란 갈등에 대해서도 대화론을 강조해왔던 기존 입장에서 선회해 불가피한 경우라면 이란을 비롯한 적국에 군사 공격을 감행하는 것을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헤이글 지명자는 최근 유대인 정치 거물인 민주당의 척 슈머(뉴욕) 상원 의원의 반대 입장을 돌려놓아 일단 한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유대인 장벽은 넘은 셈이다. 하지만 반전 반핵 운동에 열심이었던 헤이글 의원의 정치적 신념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는 공화당 중진들의 지지는 받아내지 못하고있다.
공화당전국위원회(RNC)도 이날 ‘척 헤이글은 국방장관으로 잘못된 선택이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인준을 받으면 헤이글 지명자는 베트남전 참전용사이자 사병 출신으로는 처음 국방부 장관이 된다.
고지희 기자/j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