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김영화 기자]미국 등 서방에는 ‘눈엣가시’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뉴욕 월가에는 ‘복덩이’라고 블룸버그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999년 집권한 차베스가 국유화 등을 통해 1000개 이상의 기업을 외국인 등 자본주로부터 빼앗았지만, 월가 투자자에게는 연평균 14.7%의 고수익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특히 베네수엘라에 투자해온 미 대형 펀드인 오펜하이머펀드와 월가의 간판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등은 차베스 집권 후 지금까지 681%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지난 10년 이상 베네수엘라 채권에 투자해온 오펜하이머의 사라 제르보스 뉴욕 소재 신흥시장 투자매니저는 블룸버그에 “차베스가 채무 상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차베스 집권 후 평균 12%를 웃돌아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해 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채권 금리는 물가 상승폭의 1.4배에 달해 브라질의 0.3배와 멕시코의 1.09배를 앞지르고 있다. 이 때문에 차베스의 암이 위중한 것으로 드러나자 월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베네수엘라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605bp를 나타내 오는 2018년까지 파산할 확률이 35%라고 분석했다. S&P에서 부여한 베네수엘라의 신용 등급은 ‘B+’로 투자 등급에서 4단계 낮아 잠비아나 스리랑카와 같은 수준이다. 골드만삭스 애셋 매니지먼트의 샘 핑켈스타인 뉴욕 소재 신흥시장 채권 매니저는 “상황이 더 악화하면 베네수엘라의 채무 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 출신의 사이먼 노세라 루먼 어드바이저스의 투자책임자(CFO)는 “차베스가 ‘채무를 조정하겠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것이 자국에 독임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가 수입의 절반을 차지하는 석유 판매가 차단될 수 있어 섣불리 강경한 조처를 할 수 없을 것이란 뜻이다. 핑켈스타인 채권 매니저는 “차베스가 복귀하면 베네수엘라 경제가 더 나아질 것으로 보기 때문에 여전히 베네수엘라 채권에 투자한다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