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불안 스페인·伊·그리스 등에지난 4개월간 1000억유로 유입민간예금도 다시 증가세로 선회드라기 “위기 끝났다는 신호탄”실업률 사상최고…위기상존 우려도
재정불안 스페인·伊·그리스 등에지난 4개월간 1000억유로 유입
민간예금도 다시 증가세로 선회
드라기 “위기 끝났다는 신호탄”
실업률 사상최고…위기상존 우려도
지난해 말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국으로 민간자본이 다시 유입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들 국가에서 지난해 8월까지 투자금이 무더기로 빠져나간 것과 뚜렷이 대조된다.
민간자본의 ‘유턴’은 유로존이 최악의 위기에서 벗어나고 시장의 신뢰를 점차 회복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재정위기국의 민간 예금도 다시 증가세로 선회하는 등 일각에서는 유로존 위기가 끝났다는 낙관론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재정위기국으로 민간 자금 유턴=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이하 현지시간) 투자은행 ING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말 4개월 동안 약 1000억유로에 달하는 민간자본이 유로존 주변부 5개 나라로 다시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ING 보고서는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에 지난해 마지막 4개월 모두 930억유로가 순입됐다면서 이는 이들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9%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첫 8개월 이들 국가에서 GDP의 20%에 해당하는 4060억유로의 민간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비교했다. 지난 2011년에는 이들 국가에서 3000억유로가 이탈했다.
마틴 반 빌레 ING 이코노미스트는 FT에 “자본 유출이 현저하게 방향을 틀었다”며 “지난해 첫 8개월 동안 유출은 공포스러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FT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유로존 국채 매입 약속 이후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투자자들의 복귀는 유로존 위기가 끝났다는 신호탄으로 읽히면서, 유로존 정책 당국자들의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로존 주변부 예금 다시 증가=FT는 29일 전날 ECB가 내놓은 집계를 인용해 유로존 위기국의 예금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는 가계와 기업 예금이 지난해 12월 64억유로 증가해 모두 1678억 유로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지난 2009년 12월의 기록보다는 3분의 1 정도 적은 것으로 지적됐다.
이탈리아의 민간 예금도 지난해 12월에 3.7% 증가해 1조4970억유로로 집계됐다. 스페인은 0.2% 증가해 지난해 말 현재 민간 예금이 1조5200억유로로 집계됐다.
유로화도 강세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주 유로 수요를 나타내는 순매수 포지션은 2011년 여름 이후 18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달했다.
유로존 자산 수요가 늘어나며 위기국의 국채 금리도 급격하게 하락했다. 지난해 7월 6%대로 급등 이탈리아 10년 만기국채 금리가 4%대까지 하락했고, 역시 지난해 여름 7%로 올랐던 같은 만기 스페인 국채 금리도 5%대로 하락했다.
하지만 기업을 비롯한 민간 여신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고, 실업률이 사상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면서 아직까지 위기가 상존한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