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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진책 국립극단 예술감독, “국민에게 연극을 선물로 되돌려주겠다”
“공연에 만족이란 게 있습니까. 항상 부족하죠.”

주마가편(走馬加鞭), 올해 국립극단은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지난해 극장 가동일수 310여일, 21편의 작품을 제작하며 다작의 한해를 보낸 국립극단은 올해도 18편의 작품을 기획 중이다.

3월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슬슬 시동을 걸고 있는 손진책(66)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작품 수가 너무 많지 않느냐는 질문에 “연극하기를 희망하는 배우들이 한 해 1000명이 넘지만 양질의 작품을 할 수 있는 현장은 부족하다”며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작업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한 해 풀가동하며 힘들어하는 직원들에게 미안해하면서도 가동력을 높여 1년 내내 국립극단이 쉬지 않고 공연하는 것이 그가 원하는 것이다. 취임 전 1년에 서너작품 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한국, 중국, 일본 연극계의 활발한 교류협력이었다. 지난해엔 중국 국가화극원의 연출가 티엔친신과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했고 올 5월엔 일본 신국립극장, 재일 극작가 정의신과 ‘아시아온천’을 공연할 예정이다.

손 감독은 “아시아지역에서 현대연극이 활성화된 나라가 한중일”이라며 “특히 중국과 전략적인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중국은 공연 시장으로서도 발전 가능성이 높다. 올 10월 중국 곤명에서 열리는 아시아 연극페스티벌에 개막작으로 출품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엔 필리핀,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 배우들의 다국적화도 추진한다.

‘아시아온천’은 일본의 이노우에 히사시 작가와 4년 전에 하기로 했던 작품. 하지만 그가 지난해 세상을 떠너 정의신과 함께 하게 됐다. 손 감독은 정의신이 극단 신주쿠 양산박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이후 10년 넘게 관계를 맺어 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재일교포로 경계인의 삶을 살아야 했던 그를 한국 연극인으로도 인정하고 싶다. 3월 ‘푸른 배 이야기’를 공연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머릿속에 있던 수많은 생각을 풀어낸 그는 임기 동안 가려왔던 국립극단 64년 역사와의 연결도 꿈꾸고 있다. 3부작 ‘길마재 사람들’ 공연과 이에 맞춰 역사를 정리한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철밥통 단원제의 폐단 때문에 실시했던 오디션제에서 시즌단원제, 종신단원제와 함께 시행하는 것도 그의 이상 중 하나다. 그러기 위해선 레퍼토리 확립과 상설공연장 마련이 선결과제다.

부대 차고를 개조한 국립극단 극장이 가진 태생적 한계 때문에 본격적인 작품의 공연장으론 미흡하다. 그래서 국립극단은 올해 9월부터 장충동의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을 전용극장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손 감독은 “올 상반기 리노베이션을 하면 앞으로 1년에 6~7개 작품을 하게 될 것”이라며 “국립극단 백성희 장민호 극장과 소극장 판은 실험적인 연극, 워크샵 형태의 연극, 레퍼토리를 인큐베이팅 하고 다양한 형식의 공연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느 젊은이보다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의 건강비결은 보약. 11월 임기 말까지 에너지를 쏟아낼 그가 올해 연극계를 위해 차기 정부에게 바라는 건 “극장에 좀 와서 깨어서 가라”였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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