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EU탈퇴 카드를 꺼낸 영국 정부를 거세게 비난했다.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에 대해 “자기 실속만 차리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영국이 EU에 관해 원하는 것을 토론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대화로 풀자는 견해를 내비쳤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다른 국가들도 상이한 바람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한다”면서 캐머런 총리가 자국 주장만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독일 정치인들은 캐머런의 국민투표 카드는 자국내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려고 EU를 위험에 빠뜨리는 도박으로 간주했다. 녹색당의 마누엘 자라친 의원은 “캐머런은 EU 회원국 지위를 국내 정치 문제를 타개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로랑 파비우스 장관은 이날 앵포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최근 영국 기업인과 만난 자리에서 EU를 떠나고자 한다면 우리는 당신들을 위해 레드 카펫을 깔아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비아냥거렸다. 이어 “영국은 EU를 나가서는 어려울 것이다”면서 “영국에 위험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스트리아의 베르너 파이만 총리는 “영국의 EU 탈퇴 위협은 EU와 영국 경제의 이익에도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덴마크의 니콜라이 바르멘 유럽 장관은 블룸버그통신에 “만약 영국이 EU 회원국 지위를 낮추거나 EU를 탈퇴한다면 혼자서만 나가라”고 말했다.
EU 관리들로부터도 비난이 쏟아졌다. 전 불가리아 총리이자 유럽의회 내 자유당(ALDE) 그룹의 대표인 기 베르호프트타트는 “불장난”이라면서 “캐머런은 EU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무지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 EU 무역 집행위원인 피터 만델슨은 “식당에 자신의 접시를 가지고 가서 원하는 것만 담아서 나오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